"공학·경제학 안돼"…아프간 탈레반, 여학생 대입 응시 제한

입력 2022-10-15 16:25  

"공학·경제학 안돼"…아프간 탈레반, 여학생 대입 응시 제한
아프간 여성 교육환경 계속 악화…여중고생 등교 중지 이어 대입도 제한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교육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여성들이 대학에서 공학이나 경제학 등을 전공으로 선택할 권리까지 제한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러진 대학 입학시험에서 남성 응시자들과 달리 여성은 일부 전공으로는 응시할 수 없었다.
BBC 방송은 대학이나 지역에 따라 여성의 응시가 제한된 학과가 상이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공학, 경제학, 수의학, 농학, 언론학 등으로는 응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신 여성은 간호학, 조산학, 문학 등의 학과에 지원할 수 있었다.
동부 낭가하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한 파티마(19·가명)는 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려고 했지만, 그 꿈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닝가하르 대학이 전체 13개 학부 중 여성에게 언론학부를 제외한 단 7개 학부 지원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파티마는 BBC에 "큰 희망을 품고 입학 시험장에 갔지만, 내가 가장 선호하는 학과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0명 정도 되는 여학생들은 (선발) 안내장을 받고, 우리가 원하는 학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려고 했다는 서부 출신의 한 여학생은 CBS 방송에 "이 억압자들과 여성의 적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공부하게 두질 않는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성이 이러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면서 아이를 더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탈레반 정부 고등교육부에서 입시를 책임지는 압둘 카디르 카무쉬는 BBC에 "(대학에서) 여성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지원자 수가 적다"며 "그래서 우리가 여성들이 일부 학과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에 대부분 공립학교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가 금지되는 등 여성의 교육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에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대학 입학시험 응시율도 큰 폭으로 줄었다.
동부 라그만주(州)에서는 작년에 여성 1천200명가량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했지만, 올해는 182명으로 대폭 줄었다.
탈레반이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여학생들에게 대입 응시를 허용했지만, 중고교 여학생 등교 중지 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앞으로 여성 대입 응시생 수는 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3만 명 등 총 10만 명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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