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헌트, 감세안 등 미니예산 비판…트러스 생존 가능성 미지수
노동당 대표 "기괴한 혼란"…"콰텡, 자신 경질로 겨우 몇주 벌었다고 본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이 세금과 공공지출에 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면서 리즈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 '트러소노믹스'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전날 새로 임명된 헌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BBC와 스카이뉴스 등 방송 인터뷰에서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며 "지출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모든 정부 부처는 추가 효율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긴축으로 돌아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2010년도 같은 긴축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출과 세금 모두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장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이라며 "재무장관이 시장을 통제할 순 없지만 세금과 지출 계획의 비용을 댈 수 있음을 보여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성장 모순을 풀겠다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목표에 동의한다"면서도 "방법이 옳지 않았고 그 때문에 내가 이 자리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쿼지 콰텡 장관이 발표한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예산에 두 가지 잘못이 있다면서 부자 감세를 하고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재정전망 없이 발표한 점을 들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넘기기 위해 모두의 희생을 요구해야 할 때에 최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낮춘 것과 실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안심시키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헌트 장관은 그러나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세금·지출 계획의 개요나 세부사항 등은 밝히지 않았다.
재무부는 이달 31일에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OBR 중기 재정전망도 함께 나온다.
그는 트러스 총리를 16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ㅛ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자 전날 '단짝' 콰텡 장관을 전격 내치고 경쟁자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했던 헌트 장관을 임명했다.
그는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에서 법인세율 동결 계획을 철회하고 예정대로 19%에서 내년에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며 부자감세에 이어 두 번째 정책방향 유턴을 했다. 원고를 읽고 질문 4개만 받은 뒤 10분도 안돼서 끝난 기자회견이었다.
콰텡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급히 런던으로 돌아왔으나 자신의 경질에 관해서는 런던에 도착해 총리실로 가는 길에야 기사를 보고 짐작했다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헌트 장관은 부인과 함께 벨기에 여행 중에 오전 9시 30분에 트러스 총리의 제안을 받고 급히 유로스타를 타고 귀국해 오후 4시에 총리실에 도착했다.
이를 두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지역 연설 중에 "기괴한 혼란"이라면서 "트러스 총리는 국가보다 당을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기총선을 재차 촉구했다.
더 타임스는 콰텡 전 장관이 자신을 경질함으로써 트러스 총리가 겨우 몇 주 정도의 시간을 더 얻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서 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총리실 고위직들조차 트러스 총리가 쫓겨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으며 공무원들은 아예 대놓고 얘기한다.
당내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트러스 지지 의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임을 인정했다.
다음 주에 보수당의 반대파 세력은 트러스 총리를 내보낼 수 있도록 불신임투표 규정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에는 경선 없이 단일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 당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헌트 장관은 뒷전으로 밀리는 듯했지만 갑자기 총리가 손을 댈 수 없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보수당 한 고위 의원은 "트러스 총리는 헌트 장관을 내보낼 수가 없게 됐다"며 "모든 걸 바꿔버려도 막을 수가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가 지난주 의회에서 공공지출 삭감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헌트 장관은 삭감 가능성을 시사했고,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높이는 트러스 총리의 계획에 관해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문제는 시장이 안정된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가겠냐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는 단계는 아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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