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호라이즌 월드 실태 보도…메타 내부보고서 "텅 빈 세상은 슬픈 세상"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포하고 사명까지 바꾼 메타 플랫폼(옛 페이스북)이 가상현실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회사 내부 문건들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메타의 주력 가상현실(VR)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가 내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부 문건들에 따르면 당초 메타는 지난해 말 오픈한 호라이즌 월드의 월 활성이용자 목표치를 올해 말까지 50만 명으로 잡았으나, 최근 목표치를 28만 명으로 크게 낮췄다. 현재 월 활성이용자는 20만 명 미만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접속자가 방문 첫 달이 지난 뒤 다시는 이 앱에 돌아오지 않았고, 이용자층은 지난 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호라이즌 월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내세워 가상 공간에서 쇼핑, 파티,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메타버스 세계다. 그러나 이곳에 만들어진 '핫걸 서머 풀 파티'에는 여성 아바타를 찾아보기 어렵고, '살인 마을'에서는 죽일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내부 집계 결과 크리에이터들이 호라이즌 월드에서 구축한 가상 공간 중 지금까지 최소 50명 이상이 방문한 곳은 고작 9%에 그쳤다.
한 내부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가리켜 "텅 빈 세상은 슬픈 세상"이라고 자조했다.
회사 측이 호라이즌 월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용자들은 '마음에 드는 메타버스 세계를 찾을 수 없다', '어울릴 사람들이 없다', '다리가 없는 아바타는 진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설문에 응할 이용자가 워낙 적어서 조사 응답자는 514명에 불과했다고 WSJ은 전했다.
굴지의 빅테크 기업이 공들여 만든 호라이즌 월드의 동시 접속자 수는 초창기 메타버스 플랫폼인 VR챗과 세컨드라이프에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끊임없는 버그(오류) 보고와 이용자 불만으로 메타는 지난달 호라이즌 월드에서 신규 기능 출시를 중단하기도 했다.
호라이즌 월드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성폭력과 성희롱을 저지른다는 보고도 잇따랐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다. 호라이즌 월드 접속을 위해 필요한 기기인 '퀘스트' VR 헤드셋을 소유자가 계속 사용하는 비율은 지난 3년간 꾸준히 하락 중이고,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구매 6개월 후에는 '퀘스트' 헤드셋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WSJ에 따르면 메타 내부에서는 호라이즌 월드의 방향성을 두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주장대로 소셜 커넥션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아니면 게임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이견도 노출된 상태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