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과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의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직접적 원인은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이다. 큰 불길은 두 시간여 만에 잡혔으나 완진까지는 시간이 소요됐고,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 센터의 전원을 차단하면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카카오톡이 날을 넘기면서까지 10여 시간 동안 '먹통'이 된 것은 출시 12년 만에 처음이다. 카카오톡과 다음 외에도 카카오T,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등 이 회사 계열의 주요 서비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가족, 친구와의 연락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적인 피해까지 속출했다. 월 사용료 3만9천 원을 내고 카카오T 앱을 사용하는 택시 기사들은 손님을 받지 못했고, 자영업자들은 결제 시스템 불통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메신저 대신 직접 통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된 시민들 사이에서는 '2G폰 시대로 돌아갔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사고가 난 데이터 센터에는 네이버의 서버도 있었으나 네이버 관련 서비스는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복구도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카카오의 백업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메인 서버를 춘천의 자체 데이터 센터에 두고 있고 일부 서버는 다른 여러 곳에 분산해 두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 측은 사과문에서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 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비상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그동안 카카오톡 서비스 오류가 수시로 발생했는데도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해 결국 이런 일까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카카오는 "이례적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리 크지도 않은 단순 화재에 서비스가 마비될 정도라면 대비 태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카카오톡은 모든 국민이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도 전체 국민의 75%에 해당하는 3천800만여 명이다. 카카오는 이를 토대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태를 일단 수습한 후 재발을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길 촉구한다.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도 당연하다.
인터넷 생태계의 대혼란을 야기한 이번 사태는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데이터 센터 한 곳의 화재가 국민의 일상을 한순간에 수십 년 전으로 되돌렸으니 그 파급력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데이터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21세기의 원유', '미래 산업의 쌀' 등으로 불릴 정도이고, 빅데이터는 미래의 먹거리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는 데이터 관리의 책임을 개별 민간 기업에만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데이터의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오·남용 예방 대책을 전제로 범국가적 컨트롤타워도 세워야 한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던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때도 처방이 봇물 터지듯 나왔으나 제도화된 것은 사실상 없다 보니 유사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를 기간 통신·지상파 방송·종편 방송으로 한정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해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부가 통신 사업자를 포함하고, 재난 대비 항목에도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인터넷 기업들의 반발로 결국 입법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초연결 사회라고 하나 그 연결 고리의 한 부분이 갑자기 끊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든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데이터 관리의 취약성이 드러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