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진 이집트,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논의를 진전시켰다.
16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IMF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집트와 조만간 구제금융에 관한 실무합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IMF 실무진과 이집트 당국자가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합동 연차총회를 계기로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모든 정책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에는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안정화하는 한편 통화정책 파급력과 외환시장 기능을 개선하고 이집트의 외적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화 및 환율정책이 포함됐다고 IMF는 부연했다.
IMF는 "이런 일련의 정책들이 이집트의 외환보유액을 점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재건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1억400만 명으로 아랍권에서 가장 많은 이집트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2차례나 IMF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넘겼다.
지난 정치적 격변기인 2016년 12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에도 80억 달러의 지원을 받으면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IMF의 2대 채무국이 되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외화 유출이 가속하자 지난 3월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1천580억 달러(약 227조원)에 이르는 외채 상환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 구매, 자국 통화 방어 등을 위해 달러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2016년 구제금융 당시 자국 화폐인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를 절반으로 절하했던 이집트는 이번 IMF 자금지원 요청을 앞두고도 파운드화 가치를 14% 절하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 유출을 막기 위해 교역용 신용장 발급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의약품, 의료, 식품 등 수입 생활필수품 부족사태가 현실화한 것은 물론 수입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 현장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걸프 지역 부국들의 투자금이 일부 들어오긴 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이집트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2월 약 410억 달러에서 지난 8월 330억 달러로 줄었고, 올해 물가상승률은 1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IMF는 아랍의 봄 혁명의 발원지로 지난 10년간 만성적인 경제 위기와 정치적 혼란을 겪은 튀니지에 19억 달러(약 2조7천400억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튀니지에 대한 구제금융은 12월에 열리는 IMF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IMF는 "튀니지 정부가 구제금융 수혜를 위해 포괄적인 경제 개혁 프로그램 가동을 약속했다"며 "개혁 프로그램에는 비공식 경제 부문에 대한 과세 확장, 공공부문의 투명성 확대, 소모적인 가격 보조금 철폐, 사회 안전망 확대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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