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사항 묻자 "2015년 한일합의가 최종적인 것" 동일 답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일본이 유엔의 인권 규약을 잘 이행하는지를 심의받는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보상과 공식 사과 문제 등에 진척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2년 전 답변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현지시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CCPR·자유권규약) 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3∼14일 제네바에서 자유권규약의 이행 수준을 심의받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엔 자유권규약에 가입한 회원국들은 자국 인권 관련 법제 운영이나 교정시설, 각종 보호시설 등의 인권 현안 등을 놓고 유엔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정기적으로 심의받는다.
일본은 이번 심의에서 자국 내 인권 제도와 관련한 각종 질의와 더불어 위안부 피해자 보상과 공식 사과 문제 등에 관한 질문도 받았다.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기울인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 각의 차원의 결정으로 공식 사죄를 표명할 수 있는지, 2015년 한일 합의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일본 외교부와 문부과학성 관계자들은 자유권규약 위원회에 2020년 제출했던 답변서 내용을 사실상 반복하는 수준의 대답을 이어갔다.
일본은 2년 전 답변서와 마찬가지로 자유권규약이 발효한 1979년 이전에 발생한 위안부 문제를 유엔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언급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2015년 12월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본 것이며 협정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단에 10억엔을 1차로 출연했다"고 밝혔다. 2020년 답변서 내용과 동일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으로 성금을 전달했으며, 진상 규명 활동 또한 1990년대부터 충분히 진행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아시아 여성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속죄 사업을 추진할 당시 반성의 뜻을 담은 총리 서명의 서한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됐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20세기 전쟁으로 많은 여성의 존엄과 명예가 심하게 훼손됐던 과거를 가슴에 새기겠다'는 뜻을 표명했다는 답변도 했다. 이런 답변들 역시 기존 답변서와 구체적인 표현까지 대부분 유사한 내용들이었다.
위원회가 일본 정부에 요구한 것은 2020년 답변서에서 더 나아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무엇인지에 관한 답변이었지만 대답은 2년 전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심의에서는 위안부 관련 내용이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당국의 개입이 있는 것이냐는 질의도 있었지만, 일본 측 대답은 매우 소략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국가의 교육과정 기준을 따르지만 다양한 출판사가 다양한 역사 교과서를 펴내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가 언급된 많은 교과서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현재 일본 역사교과서 내 위안부 관련 기술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내지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교과서 검정 과정을 거쳐 단순한 '위안부'로 수정되는 등 구체적인 왜곡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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