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멕시코, 올해 통화가치 오히려 상승…"선제적 금리인상 효과"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로 세계 각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의외로 신흥국 통화가 선진국보다 '선방'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률은 선진국의 약 절반에 그쳤다.
실제로 올해 주요 신흥국 23개국의 통화가치가 모두 일본 엔화보다 덜 떨어졌으며, 이 중 21개국은 영국 파운드화보다, 19개국은 유로화보다 통화가치가 각각 선방했다.
이중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는 오히려 올해 통화가치가 달러 대비 각각 4.7%, 2.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일본 엔화(-22.6%), 영국 파운드화(-17.0%), 유로화(-14.3%) 등 주요 선진국 통화들은 두 자릿수 이상 하락률을 나타냈다.
당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통화가 금융시장 급락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제 이런 예상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대란과 영국 정치 격변 등 잇단 위기 상황에 휘청거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장이라는 명성이 무너졌다.
그 결과 JP모건의 관련 지표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통화의 변동성이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신흥국 통화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통화가치가 선방하는 신흥국들의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선진국 대다수는 기준금리가 3%를 초과하지 않지만, 브라질 기준금리는 13%를 넘어섰고 가장 낮은 편인 인도네시아도 4.25%까지 올렸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컬럼비아스레드니들 관계자는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꽤 이른 시점인 2021년 중반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해 지금 그 보상을 받고 있다"며 "선제 대응이 시장에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씨티그룹도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 강세의 원동력은 높은 실질금리라고 지적했다.
또 브라질의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완화한 것이 강달러의 타격을 줄여준 쿠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유럽의 거시경제 이슈,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 고수 등 문제가 곧 풀릴 가능성이 작아 통화가치 약세도 조만간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캐나다 RBC캐피털마켓의 앨빈 탄 아시아 환율전략 책임자는 관측했다.
다만 신흥국 통화가치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락세이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기 전까지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골드만삭스와 소시에테제네랄(SG)은 전망했다.
소시에테제네랄 관계자는 "신흥국 통화는 올해 말까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이들 통화가 "여전히 저렴하지만, 연준의 긴축 종료가 가까워지고 세계 경제 또는 미국 경제가 경착륙 시나리오를 피해야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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