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최장 9년 전부터 여러 형태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의대 임상 신경과학과 팀 리트먼 박사 연구팀은 임상적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 길게는 9년 전부터 ▲문제 해결 능력 ▲반응 시간(reaction time) ▲숫자 기억 ▲미래 기억(prospective memory) ▲짝 맞추기(pair matching) 등 여러 형태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15일 보도했다.
반응 시간이란 자극 신호가 제시되는 순간부터 그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미래 기억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능력이다.
약 50만 명(40~69세)의 유전, 생활 습관, 건강정보가 수록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자료에는 문제 해결 능력, 기억력, 반응 시간, 악력(grip strength), 체중 증가와 감소, 낙상 빈도 등에 관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전측두엽 치매(FTD), 루이소체 치매(DLB), 파킨슨병, 진행성 핵상 마비(PSP), 대계통 위축증(MSA) 등 각종 치매 또는 신경 퇴행 질환 환자의 진단 전 5~9년에 수집된 이러한 정보들을 이런 질환에 걸리지 않은 49만3천735명의 정보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중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5~9년 전에 문제 해결 능력, 반응 시간, 숫자 기억, 미래 기억, 짝 맞추기 등 5개 항목의 테스트 점수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매만이 아니라 드문 형태의 치매인 전측두엽 치매(FTD: frontotemporal dementia)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측두엽 치매는 여러 유형의 치매 중 하나로 초기에는 성격 변화, 자제력 저하, 무관심 같은 전두엽성 행동 장애와 과성욕, 과식욕 같은 측두엽성 행동 장애가 나타난다. 이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는 처음부터 기억 소실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치매 환자는 진단 전 12개월 사이에 낙상을 겪었을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결과는 새로운 치매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때 적합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선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현재 치매 신약 임상시험은 대부분 증상이 상당히 진행돼 증상의 차단이 어려운 상태에 이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증상이 진행되기 훨씬 더 일찍 이들을 임상시험에 참가시킬 수 있다면 신약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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