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흐 작품 수프세례 등 퍼포먼스에 처벌 강화
"무분별한 대의주장…선량한 시민 일상 방해할 뿐"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영국 정부가 교통 혼잡 등 사회 혼란을 조성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극렬 환경운동을 엄격히 규제하기로 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최근 경찰력을 강화하고 위법 행위자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거액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새 공공질서법안을 제출한 뒤, 14일 자 데일리 메일 신문 기고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법안의 내용을 잇달아 공개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이 법안이 "법을 준수하는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이들의 권익을 보장할 것"이라면서, 극렬 활동가들을 "게릴라 전술을 쓰는 깡패들이고 파괴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몇 사람 때문에 도로가 막히고 여러 사람이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대를 가리켜 "끔찍하게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 벌어진 환경 관련 시위는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면서 동시에 지나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14일에는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영국을 대표하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쳐들어가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붓고 자신들의 손에 접착제를 발라 벽에 고정했으며, 그중 한 명은 "고흐의 작품과 지구 가운데 어느 것을 보호해야 하겠냐"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 시위대는 영국의 석유와 가스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저스트 스탑 오일' 지지자들이었고, 이달에만 이 단체가 벌인 시위로 350여 명이 체포됐다.
또 15일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백화점 해롯과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홀푸드, 슈퍼마켓 웨이트로즈 등 영국 전역의 주요 매장에 시위대가 몰려가 진열대에 있는 우유 제품을 바닥에 쏟아붓는 일도 있었다.
시위대는 낙농업 폐기를 요구하며 식물성 음식만 판매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6일에도 저스트 스탑 오일 시위대가 영국의 고급 수제 스포츠카 회사인 애스턴 마틴 매장에 오렌지색 페인트를 붓고 런던 시내 주요 도로를 점거했다.
인류의 멸망에 저항한다는 뜻의 '익스팅션 리벨련', 동물 보호 단체면서 영국의 모든 가정집을 독립가구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것을 주장하는 '애니멀 리벨련 앤드 인슐레이트 브리튼' 등은 자신들의 대의를 알려 지구를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최근 행위 대부분은 대중의 공분을 샀다고 WP는 지적했다.
최근에는 시위대가 몸이 아픈 파트너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는 사람과 장애가 있는 아이를 등교시키려는 엄마의 길을 막아섰고, 이에 놀란 출근길 운전자들이 이들을 보내 줄 것을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이런 행동으로 여러분들이 지향하는 대의를 선양하거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없다"며 "여러분들의 분별없는 행동은 선량한 시민들의 일상을 방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해 3월에도 시위 시간과 소음 기준을 당국이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3천400 달러(약 489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경찰 범죄 양형 법안'을 제출해 연말에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제출됐을 당시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섰고, 이후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경찰 여러 명이 다치고 건물이 훼손되기도 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이 새로 내놓은 법안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비난 속에 5만 명 이상이 법안 부결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땅에 큰 구멍을 파고 들어가 며칠씩 버티면서 공사를 방해하는 '터널 시위자'들을 단속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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