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구팀, 미·유럽 29개국 분석…"기대수명 회복세 국가 간 격차 커"
"코로나19, 장기적으로 각국 기대수명 감소 초래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이 7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각국 기대수명의 장기적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레버훌룸 인구과학센터와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통계 연구소 연구팀은 18일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칠레 등 29개국 분석 결과 지난해 국가별 기대수명 변화에 큰 차이가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생아가 출생 후 몇 년을 살 수 있을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인 기대수명은 각국 위생 및 보건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된다. 기대수명은 지난 수십 년간 각국의 위생 및 보건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대폭 감소했다.
2020년과 지난해 기대수명을 비교·분석한 이 연구에서 서유럽 국가 대부분의 기대수명은 지난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미국과 동유럽 국가들은 기대수명이 오히려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기대수명 감소 폭도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
팬데믹 이전 기대수명이 낮은 국가일수록 감소 폭이 컸고 기대수명 변화에서 지리적 차이도 크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서유럽 대부분 국가는 2020년에 많이 감소했던 기대수명이 지난해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 스웨덴과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의 기대수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하지만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기대수명이 부분적 회복 추세를 보였으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2020년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동유럽과 미국은 이 기간 기대수명이 오히려 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동유럽 국가들의 기대수명이 7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이런 감소 수세는 옛 소련 붕괴 후 나타난 현상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국가는 불가리아였다. 2020년 기대수명이 17.8개월 감소했던 불가리아는 지난해 추가로 25.1개월이 더 감소해 팬데믹 기간에 기대수명이 총 43개월이나 줄었다.
다음으로 기대수명 감소 폭이 큰 나라는 슬로바키아로 2년간 33.1개월이 감소했고 2020년 기대수명이 25.5개월 감소한 미국도 지난해에 2.7개월이 더 줄어 2년간 감소 폭이 28.2개월이나 됐다.
이밖에 기대수명 감소 폭이 20개월 이상인 국가는 폴란드(26.6개월), 리투아니아(25.7개월), 헝가리(24.6개월), 에스토니아(23.2개월), 체코(21.9개월), 칠레(21.1년), 크로아티아(21.0개월) 등이다.
백신 접종률도 팬데믹 이전의 기대수명 수준과 함께 동·서 유럽 간 기대수명 격차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기대수명 감소 폭이 작았고 2020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8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집중적인 백신 접종 후 지난해에는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신저자인 리디 카샤프 옥스퍼드대 교수는 "2020년과 2021년 사이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고령층에게 백신의 보호 효과가 나타나면서 초과 사망률 패턴이 젊은 연령층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많은 국가의 기대수명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공중보건 체계가 비효율적인 국가들은 기대수명 개선이 상당 기간 정체되면서 보건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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