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개도국 식량난 심화…"돈 못 내 수입곡물 항구에 쌓여"

입력 2022-10-17 16:52  

킹달러에 개도국 식량난 심화…"돈 못 내 수입곡물 항구에 쌓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달러화 초강세로 개발도상국들의 식량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수입 곡물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항구에 곡물이 쌓이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곡물 수출대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으로 개도국의 식량 수급이 악화한 가운데 최근 달러화 강세로 수입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국가들의 구매력까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은행들의 달러 결제 처리도 지연되는 상태다.
그 결과 수입 곡물이 제 때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항구에 쌓이고 심지어 목적지를 바꿔 다른 국가로 재수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프리카 가나의 경우 현지 통화인 세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올해 들어 44%나 급락, 세계에서 2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식량 공급 차질 우려가 나온다.
가나의 한 수출입 관련 협회 관계자는 "일부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본다"면서 "달러가 세디 가치를 집어삼키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에 최근 홍수 피해까지 겹친 파키스탄에서는 정부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통제에 나서면서 수입 곡물을 실은 컨테이너 수천 개가 대금을 못 내 항구에 쌓였다.
파키스탄 곡물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콩류를 실은 컨테이너가 항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해당 품목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다만 파키스탄 신임 재무장관이 사업상 지연된 대금결제를 처리하겠다고 공약하면서 화물 적체는 완화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집트에서는 수입 밀의 세관 통과 지연에 따른 시장 공급 부족으로 빵값이 인상됐다.
지난달 초부터 이집트 항만에 곡물 70만t가량이 쌓이면서 제분업자의 80%가 밀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국은 민간 제분업체들에 곡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계적 곡물기업 카길 관계자는 "그들(개도국들)은 여력이 없다. 식량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면서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몇 달 안에 세계 밀 거래가 6% 정도, 옥수수·콩가루 거래는 3% 정도 각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최소 2007∼2008년 수준의 식량 위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국제사회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이코노미스트 모니카 토도바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달러 가치 상승이 이러한 편익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올해 세계적으로 식량 수입 부담액이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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