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이 중요…사고는 날 수 있지만 복구 역량에 좌우"
국내서도 '이중화 법제화' 요구 커져…체계화된 주기적 훈련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카카오[035720]와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의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보안의 중요성과 유사시 복구를 위한 이중화 장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글과 메타를 위시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우 국내 플랫폼보다 한 차원 높은 보안 체계를 자랑한다. 데이터센터의 철저한 설계·보안과 재난·재해 시 빠른 수습을 위한 시스템 분산을 필수로 여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분산보다 더 상위 개념인 '회복탄력성'에도 주목한다. 화재나 정전, 테러, 전쟁 등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사고 발생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진짜 역량'은 그 이후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에서 판가름 난다는 뜻이다.
◇ 센터 위치부터 철저한 보안…철저히 분산하고 훈련은 실전처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를 '0순위'로 둔다.
최초의 대규모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불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최근 전쟁 시 제1 타깃은 다름 아닌 데이터센터다.
"음악 청취부터 수술까지 연결성이 증가함에 따라 모든 일이 데이터센터에 연결하지 않고 수행하기는 이미 어려워졌다"고 한 클라우드사 하이브(Hyve)의 제이크 매더스 디렉터의 말처럼, 데이터센터가 무너지면 일상이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벌 빅테크사들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부터 지반이 단단한지 등을 철저하게 살피고, 화재 등에 대비하기 좋은 자재로 지으며 위치와 설계는 철저하게 보안에 부친다. 국내 주요 통신사 등이 데이터센터 위치를 노출하고 홍보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센터를 최대한 많이 지어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데이터 백업이 바로 가능하게 하는 것도 기본이다.
MS의 경우 140개국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센터를 2개 이상 갖춘 '리전'도 60곳이 넘는다. 고도의 분산 저장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재난 상황을 가정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도 연 1회 이상 이뤄진다.
메타는 데이터센터에 발생하는 열을 자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찬 바람이 부는 지역에 센터를 설치하는 실험을 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마찬가지로 화재나 정전, 테러 등이 발생하면 비상 전력을 가동하고 시스템에 따라 복구하는 매뉴얼이 있다.
구글 역시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연 2회 재해 복구 훈련을 한다.
OTT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에 더해 각 통신사에 오픈커넥트가 분산 설치돼있다.
또 구독자들이 예상치 못한 시스템 장애로 겪을 수 있는 '교통 체증'을 피하고자 아예 트래픽 관리를 재설계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트래픽을 분산·조절하는 방식으로 부하를 점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에서도 회복 탄력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셈이다.
◇ '이중화 의무화' 법제화 목소리 커져…투자 인식도 필요
국내는 하나의 데이터센터, 하나의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 이번처럼 화재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참사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는 200년 53개에서 매년 5.9%씩 증가해 2020년 기준 156곳으로 급증했고, 매출액도 2조 7천억 원에 이르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못 미치며 국내 서비스 업체들의 데이터 분산 및 이중화 시급성에 대한 인식도 낮다.
이번 사태뿐 아니라 2018년 11월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 배달의민족 등 웹 기반 서비스, 업비트 등 암호화폐 거래소 등이 대거 반나절 접속 장애를 겪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들 회사는 모두 퍼블릭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서울 리전을 단독으로 사용했는데, 이번에 카카오가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 집중했다가 서비스 전체가 먹통이 된 것과 다르지 않다.
카카오는 2023년까지 안산에 첫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으로,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자체 데이터센터가 있는 네이버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일단 국내에서도 데이터 백업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 이중화 장치를 의무화하는 법제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판교 화재 현장을 찾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데이터 분산과 이중화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부가통신 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도 이번 상황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2년 전 카카오 등 부가통신서비스 업체들에 대해서도 이중화 설비 등 재난 관리 계획을 내고 점검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과잉 규제 논란 속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설비 투자와 실전 같은 훈련 등 장기적 대책 마련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글로벌 빅테크 업체 관계자는 "법제화도 좋지만, 그것이 또 규제하는 쪽으로만 가선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유사시 회복탄력성을 갖춘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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