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주석이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발표한 업무보고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안보'에 방점이 찍히며, 중국이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 질서를 구축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봤다.
존 들루리 연세대 교수는 17일 로이터 통신에 "시 주석 연설의 중심 개념은 '안보'로 보인다"며 "이는 시 주석이 자신의 외교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와 공중보건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수히 사용한 단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부교수도 "안보가 시 주석의 최대 관심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시 주석은 정통성의 근간을 경제 성장에서 안보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대학 자이안 충 교수는 "안보에 대한 논의가 증가했는데, 중국이 5년 전보다 우려해야 할 것이 많아진 여러 전선 탓에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경쟁은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시 주석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공급망 문제, 중국의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노력 등이 있다"며 "안보 측면에서 중국은 5년 전보다 걱정해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위협'(訛詐)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 주석은 업무보고서에서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 특히 외부 세력의 위협, 억제, 봉쇄, 극한 압박에 직면해 우리는 국가의 이익을 중시하고 국내 정치를 우선시하는 원칙에 따라 전략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투쟁 정신을 발양하며 강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굳센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서방과의 긴장 고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안전'과 '안보'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가운데 외부로부터의 '위협'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시 주석 업무보고서 전문을 자체 분석한 결과 '안전' 혹은 '안보'라는 단어가 총 89회 등장, 2017년 19차 당 대회의 55회보다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전날 당 대회 연설에서는 업무보고서의 요약본을 낭독했다. 앞서 로이터는 시 주석의 연설에서는 '안전' 혹은 '안보'라는 단어가 73회 등장했다고 밝혔다.
SCMP는 "시 주석은 특정 국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으나 서방과의 긴장 고조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는 보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인류운명공동체론과 다자주의, 패권 반대, 평화 외교 정책 등을 거론했고, '투쟁'이라는 단어를 17차례 사용했다.
미국 국방부 출신 드루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객원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시 주석이 역동적인 국제 상황과 관련해 국가적, 정치적 안보를 위한 중국의 대응을 마르크스주의적인 '투쟁'으로 특징지은 것이 흥미롭다"며 "그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국제 세력에 대항해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고 지적했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분석가는 "이번 연설의 언어는 전부 2차 세계대전 이래 우리가 봐 온 것과 다른 종류의 국제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는 중국 특색의 모든 것에 대한 강조가 이뤄졌다"며 "우리는 지금 중국인들이 '우리는 여전히 글로벌 사회에 참여하길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규칙을 만들고 싶지, 규칙을 따르고만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러시아와 선을 그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은 글로벌 통치 체계의 개혁과 건설에 적극 참여했고 유엔과 유엔 헌장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계를 단호히 수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팡중잉 중국해양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의 유엔 헌장 수호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주권의 측면에서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시 주석이 유엔 헌장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며 "이를 반복함으로써 중국은 러시아와의 사이에 일정 선을 긋고 기본적으로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