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中 유일경쟁자' 지목…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로 맞대응
대만해협 사태로 악화한 긴장 국면 바뀔까…G20 정상회의에 관심
中 당대회 후 北 핵실험 가능성…미·중간 한반도 문제 협력 촉각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여는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시작되면서 향후 미중 관계와 그에 따른 한반도 영향이 주목된다.
미중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의 권력구조 재편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다.
이른바 시진핑 대관식 이후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미중 관계는 특히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만약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관측하는 대로 중국 당대회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간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만·첨단기술 등 대립 재확인…구조적 경쟁 격화 전망
미중간의 구조적 경쟁은 시진핑 집권 3기에 더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만 문제를 필두로 한 안보 문제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로 상징되는 경제 문제에서 양국이 추구하는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양국의 국익이 상충하는 지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당 대회가 시작(16일)되기 직전인 12일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NSS에서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차원의 유일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제시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미중간 가장 큰 긴장 요소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방침을 천명하면서 중국의 이른바 통일 전쟁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상원 외교위에서는 지난달 대만을 아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처리되는 등 대만 문제에 대한 의회 기류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부보다 더 강경한 모습이다.
바이든 정부는 또 첨단 기술 문제를 비롯한 대내 경제정책도 안보 문제와 결부시키며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국이 최근 대중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통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4일 '마당은 작게, 펜스는 높게'라는 슬로건 아래 중국에 대한 맞춤형 기술 수출 통제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중국의 약한 고리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다자·양자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응해 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대만과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첨단 기술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기술 자강' 기조로, 미국이 강조하는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및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중국식 현대화'로 각각 응답했다.
미중간 첨예한 이해가 걸린 주요 이슈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 만큼 양국간 구조적 경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부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시진핑의 연설을 보면 그가 세계 2위 지도자인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는 세계 질서를 바꾸고 싶어하며 이 때문에 중국과 미국간 충돌도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 고문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의 업무보고와 관련, "중국식 현대화의 강조는 서방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개혁보다는 투쟁이 더 많이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 표면적 긴장은 완화 가능성도…G20 정상회의에 관심
미국 조야에서는 중국 당 대회가 끝나면 현재 고조된 긴장 국면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양측 모두 펠로시 하원의장이 8월초 대만을 방문하고 이에 중국이 초강경으로 대응하면서 극도로 높아진 현재의 긴장 국면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상황 관리' 필요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기후변화, 군 소통 채널 등 8개 분야에 대한 대화 중단을 선언했으며 미국은 지속해서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의 연임이 최종 확정되면서 중국의 권력 구조가 다시 안정되면 중국도 일정 부분은 대화 복원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중간 기본적인 경쟁 구조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긴장 관리 차원의 대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15~16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에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만날 의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중 정상이 G20 정상회의를 무대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회담이 성사될 경우 두 정상의 논의 내용과 분위기 등이 향후 미중 관계를 새로 규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미중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고위 외교채널간 접촉이 먼저 추진될 것으로 보여 우선 실무접촉에 시선이 쏠린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이 문제를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측과 접촉 과정에 주요 이슈에 대한 중국의 구체적인 입장이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북 핵실험 도발 위기에 미중 한반도 문제 협력도 주목
미국과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간 관계 재정립이 시기적으로 북한의 도발과 맞물려 있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말부터 탄도 미사일 연쇄 발사 등을 통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이 중국의 당대회 종료(22일) 후 7차 핵실험이라는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북한 핵실험장 주변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침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 노력도 계속 강조하며 북한의 마음을 열기 위해 애쓰는 한편으로 핵 도발을 막는데도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의 당대회가 종료되고 고위급 차원의 접촉이 재개되면 중국에도 북한 도발을 차단하는 데 힘써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에 대응한 유엔 등 다자 차원의 조치에 중국의 협조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불발됐다.
또 이달 초에 있었던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한 안보리 논의도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로 결론 없이 종료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중간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대응 양상이 향후 양국 관계의 중대분수령이 될 수 있다.
중국도 그동안에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선 긴장 조성 등의 이유로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으며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제재 결의에 동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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