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진민퇴'로 민간기업 위축…생산성 부진 초래할 듯"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공식화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앞으로 민간기업 대신 국영기업 역할을 강조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경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당대회 업무보고 내용과 그동안의 정책 흐름을 바탕으로 이같이 진단했다.
NYT는 시 주석이 업무보고 연설에서 경제개방의 중요성에 대한 립서비스도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1시간 45분에 걸친 연설에서 시장 관련 언급은 3차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업무보고 원문에는 시장 언급이 10여차례 나오지만, 시 주석이 현장에서 읽은 요약문에서는 상당 부분 생략됐다는 것이다.
대신 시 주석은 국가안보와 반부패를 강조하고 우주비행 등 국가적 프로젝트의 성과를 부각했으며, 사회주의와 공공분야의 역할 확대를 내세웠다.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에 대한 발언도 있었지만, NYT는 이를 중국 공산당의 일반적인 '이중화법'으로 보면서 방점은 '국영 자본·기업의 강화'에 찍혀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시장 관련 언급은 립서비스 측면이 강했다면서, 사회주의시장경제 개혁을 높이 평가한다는 식이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국영기업이 자금난·경영난에 처한 민간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렇게 인수된 기업에서는 공산당 조직의 역할이 강화되고 공산당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투자·경영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19∼2021년 국영기업이 830억달러(약 118조원)에 이르는 자국 상장기업 110여곳을 인수했다.
중국에서 이러한 흐름은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의 큰 흐름과 반대로 국영 부문이 확장되고 민영 부분이 위축된다는 점에서 국진민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화됐고, 정치와 기업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순응할지 기로에 놓인 상태라고 NYT는 짚었다.
WSJ은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공산당 통제를 강조하는 시 주석의 정책 방향으로 중국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워진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은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 규모를 2배로 만들겠다고 천명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매년 5% 가까운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강력한 중앙통제에 기반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측면이 큰데, 이로 인해 기업들이 운영에 차질을 겪고 청년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또 국진민퇴 강화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기술 경쟁 과정에서 민간 빅테크들을 규제하고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자본을 몰아줬으나, 그 결과 생산성·임금 상승 둔화, 금융시장 약화, 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 기피 등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국영 기업의 생산성은 민간 기업의 80% 수준에 불과하고, 이익률도 민간 기업에 미치지 못한다.
IMF는 민간 기업에 공정한 경쟁조건을 보장하고 국영 분야 개혁에 나설 경우 생산성이 기존의 약 2배인 1.4%로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IMF 중국대표부 책임자 헬게 베르거는 중국에서 "시장에 기반한 경제개혁의 열망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면서 "중국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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