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앙'…키이우 상공 울리는 러 자폭드론 공포의 엔진소리

입력 2022-10-18 11:51   수정 2022-10-18 18:28

'부아앙'…키이우 상공 울리는 러 자폭드론 공포의 엔진소리
40㎏ 폭약 싣고 저속·저공비행…이란제 '샤헤드' 등 추정
폭발력 작아도 값싸고 정확도 높아…"정밀타격보다 '가성비' 공격"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7일(현지시간) 오전 7시 '부아앙'하는 엔진소리가 키이우 상공의 적막을 뒤흔들었다.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의 저공비행 소음이었다. 그리고 곧 폭발음이 이어졌다.
이날 자폭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4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엔 젊은 부부도 있었다.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된 아내는 임신 6개월째였다.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을 대거 들여온 이후 키이우가 새로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이날 보도했다.
전쟁 초기에는 키이우 주민들이 아무런 대비도 못 한 채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언제 어디서 공격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점이 최대 두려움이었다.
최근에는 드론이 저공·저속 비행하면서 특유의 엔진소리를 내며 타격 전부터 광범위한 지역에 현실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체 길이 3.3m, 날개폭 2.4m 무게 200㎏ 정도의 삼각형 형태인 샤헤드-136은 동체 앞코에 약 40㎏짜리 폭발물을 싣고 있다.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최고 시속 185㎞ 정도로 비행하다가 탐지된 목표물에 동체를 직접 부딪쳐 피해를 준다.
폭발력이 크진 않지만 정확도가 장점이다. 무기 저장소 등을 정확히 타격하면 연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높은 고도에서 자체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반적인 무인공격기와는 달리, 직접 몸체를 부딪쳐 피해를 준다고 해서 자폭 드론, 혹은 가미카제 드론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샤헤드-136은 덩치카 크고 비교적 속도는 느리다. 지상에서 특유의 엔진소리를 듣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드론의 형태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다.

실제로 키이우의 13층짜리 아파트에 사는 한 미용사는 NYT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드론) 한 대가 옆으로 날아갔다"고 증언했다. 삼각형 형태의 금속 드론이 전기톱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고 한다.
미국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CNA의 새뮤얼 벤데트 연구원은 샤헤드-136에 대해 "군사무기이면서 심리무기"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으나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8월 이란제 드론 2천400대를 들여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가 드론을 관리한다. IRGC나 그 산하 관계기관 출신 인사들이 러시아군에게 드론 사용법을 가르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에서 샤헤드-136 드론이 목격되기 시작한 것도 8월이었다. 먼저 북동부 최전선에서 파편이 발견됐고 9월 중순부터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각지에서 격추했다는 보고가 계속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적이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사용했다는 메시지가 10분에 한 번꼴로 접수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드론 위주로 공격 방식을 바꾼 것은 값비싼 정밀추적 미사일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쟁이 예상외로 길어져 미사일을 이미 상당수 소진했고 생산·도입 속도는 사용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은 저렴한 샤헤드-136이 이런 문제 해결에 결정적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 드론에 '게란-2'라는 자체 제식명을 부여했다.
샤헤드-136은 느리고 시끄러운 탓에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망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방어망이라도 한꺼번에 날아오는 드론을 모두 격추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도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러시아는 값싼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망을 교란을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는 이날 심야에 드론 8대, 미사일 2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대공방어망이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대공방어망으로 모든 드론을 막진 못했다. 언제든 다시 키이우 도심 상공에서 드론 엔진소리가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의 울리케 프랑케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값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인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드론 요격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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