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원인 너무 다양…스파크 난 전지 뜯어봐도 모를 수 있어"
리튬이온전지, 출력 전력량 높아 데이터센터에 주로 쓰여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지난 주말 경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내 리튬이온배터리 내부에서 시작된 스파크가 큰불로 번져 카카오[035720]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면서 스파크가 일어난 구체적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화학공학계 전문가들은 리튬이온전지에서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너무 많다며 조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의 화학적 반응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2차 전지다.
다른 전지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출력 전력량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와 같이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주로 쓰인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데이터 센터를 커버할 수 있는 전지는 실제로 리튬이온전지만 가능하다"며 "납축전지를 사용한다면 데이터센터를 하나 더 지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과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이 잘 이동하도록 돕는 매개인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다.
이 전지는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고, 방전될 때 양극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며 반복적인 충·방전이 된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은 강제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며, 특히 완전히 충전됐을 때가 이론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다.
전기차의 리튬이온전지에서 발생하는 화재도 배터리를 충전 중인 경우보다는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방치됐을 때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지 내부에서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는, 이른바 '열 폭주'(thermal runaway)로 불리는 현상의 원인과 과정은 상당히 다양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한 화학과 교수는 "열 폭주 배경은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스파크가 난) 전지를 뜯어내서 본다고 하더라도 열 폭주의 원인을 모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한 원인으로 '내부 단락'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내부 단락'이란 배터리 셀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서로 반응하며 발생하는 강한 화학 반응으로 전해액이 연소하고, 양극과 음극 역시도 연쇄적으로 타는 것을 말한다.
조재필 UNIST 교수는 "화재의 원인을 알려면 그 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화재에 배터리셀이 전소하므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불이 안 난 배터리 랙을 뜯어서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005930]가 갤럭시노트7의 잇따른 발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십만 대를 회수해 조사한 사례를 들며,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조사하는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리튬이온전지는 납축전지나 수계아연 전지 등 다른 전지들과 비교해 기본적으로 열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다른 전지로 대체하거나 안전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박철민 금오공대 신소재공학부 전지신소재연구실 교수는 "리튬 자체가 상당히 발열이 잘 되는 물질이라, 리튬이온전지 자체는 항상 위험성을 갖고 있다"며 "안전성에 불안한 요소가 있으므로 학계에서는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전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우중제 센터장은 "배터리는 한번 불이 붙으면 끄기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얼마만큼 안전하게 잘 설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배터리셀 외에도 상황을 잘 제어하고 진단하는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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