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대책 발표…원하청 '자율협약'에 방점
하도급 구조 개선·하청 복리 강화…정규직 전환 위한 '채용 사다리' 복원
정부-조선5사, '조선업 재도약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올여름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업체 파업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조선업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원·하청 간 상생협력을 지원한다.
조선업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일하면서 숙련 인력이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복리후생도 강화한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선업 격차 해소 및 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축이 돼 마련한 이번 대책의 내용은 크게 ▲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 확립 및 하도급 구조 개선 ▲ '인력 유입-재직 유인-숙련 형성' 선순환 체계 구축 및 인력난 해소 ▲ 산업재해·임금체불로부터 하청 근로자 보호 강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원청-하청업체 직원 간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확연히 다른 것을 일컫는다. 하청 직원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원청 직원들과 거의 같은 일을 일하면서도 그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책의 방점은 '자율'에 찍혀 있다. 원하청이 자율적으로 상생·연대해 대화를 통해 이중구조 개선의 해법을 마련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중구조 문제는 원하청 노사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나 재정 투입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원하청 각 주체가 스스로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정부가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주요 조선사와 그 협력업체들이 내년 초까지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원하청은 적정 기성금(공사가 이뤄진 만큼 주는 돈) 지급, 원하청 근로자 간 이익 공유,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 확산,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등을 위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정부는 협약에 참여하고 이행한 기업에 각종 장려금과 수당, 금융 등을 우대 지원한다. 숙련 퇴직자 재고용 장려금과 기술 전수 수당, 계속 고용 장려금, 공동이용시설 개선 비용 등 '조선업 상생 지원 패키지 사업'도 신설한다.
다음 달부터는 실천협약 논의를 위한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가 운영된다. 여기에는 주요 조선사와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전문가 등도 참여한다.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부터 부처 합동으로 하도급 실태를 조사한다.
올해 연내에는 조선업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개선하고, 내년 상반기 중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조선업종에 취업한 청년들이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 근속 시 100만원을 지급한다. 또 1년에 600만원 적립하는 '조선업 희망공제'의 지원 인원과 시행 지역을 확대한다.
주요 조선사들이 하청 근로자에게 원청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주는 '채용 사다리' 제도도 복원한다. 앞서 현대중공업[329180] 등은 2016년까지 이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임차료·교통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하청 근로자에 대한 복리후생 강화를 도모한다.
조선업의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E-9·고용허가제)를 최우선 배정하고,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 기간 한도를 180일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조선업 하청 근로자를 산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요 조선사별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업안전 상생협력 프로그램에 원하청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체불이 많이 발생한 업체를 대상으로 기획감독과 직권조사를 할 방침이다.
노동부와 산업부, 공정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LW컨벤션에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5사 및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조선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원하청 노사와 정부 등 모든 주체가 의지를 모아 꾸준히 노력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향후 5년간 매년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해 수정·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계도 정부 지원의 상생협력 방안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배포한 코멘트에서 "이러한 상생협력 선언은 우리나라 조선업이 그동안의 부진을 벗어버리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며 "업계 자율로 상생 해법을 찾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계는 선언 실행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한편 조선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원하청 상생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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