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우드워드 오디오북 출간…김정은에 대한 독설엔 "본능적 계획"
트럼프 "오바마, 김정은에 11차례 통화 시도…그들이 내게 그렇게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저 반출로 논란이 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가 기밀문서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은 18일(현지시간) WP 부편집인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오디오북 '트럼프 테이프' 출간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포함한 일부 내용을 우선 공개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12월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주고 받은 편지와 관련, "편지들을 조심히 다루라"면서 "내가 이것을 줬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당신이 편지를 보게 해 주겠다"며 "당신이 그것들을 전부 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듬해 1월 통화에서 우드워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도 보여달라고 압박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들은 최고 기밀"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그가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27통의 편지가 기밀문서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 친서를 포함해 사법 당국이 마러라고 자택에서 회수한 기밀 표시가 포함된 다수의 문건이 기밀문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우드워드에게 자신이 건넨 김정은 친서를 사진 촬영했는지 여부 등을 물었고, 우드워드는 "녹음기에 구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디오북 출시에 앞서 WP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드워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김 위원장 친서의 한국어 원본과 영어 번역본을 함께 제공했으며, 당시 기밀표시는 없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향한 호전적인 수사가 그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였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니다"라며 "그것은 어떤 이유로든 계획되긴 했다. 누가 알겠느냐, 본능적으로"라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거친 언사였다. 가장 거칠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좌관들에게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줄 것을 지시하며, "이것이 나와 그다. 이것이 군사분계선(line)이다"라며 "그리고 나서 내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꽤 멋지지 않으냐"라며 두 차례 동의를 구했다.
오디오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을 협박했을 당시 심도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대목도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극과 극을 오가는 전례 없는 관계를 이어갔다.
결국 성과 없이 종료했지만 두 사람은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끌어낸 뒤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시까지 이른바 '러브레터'로 불리는 친서를 주고받으며 우호적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로켓맨' 등으로 비하했고, '화염과 분노'를 경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신년사에서 경고하자,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친 바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그가 우리를 전쟁으로 이끌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11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드워드는 "김정은이 당신에게 거짓 정보를 줬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가 11번이나 전화를 했다. 그들이 내게 기록을 보여줬다. 나는 이 사람과 매우 가깝다"고 강조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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