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中, 후춘화 시대 시작 알리는 카운트다운 하는 중"
WSJ, 차기 총리 후보군 선두 주자로 리창 상하이 당서기 거론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리커창 총리 퇴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차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 총리가 올해 67세로 퇴진 연령 전이어서 다른 직위로 옮겨 상무위원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총리직은 퇴진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차기 총리 선임은 불가피하다.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리시 광둥성 당 서기,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 후춘화 부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현재로선 콕 집히는 '1인'은 없다.
'3연임'이 확실시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에 이어 초유의 '1인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의 견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막판까지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후춘화 (총리) 시대의 시작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받는 걸 계기로 견제 세력을 진정시킬 전략적 움직임 차원에서 후 부총리를 총리로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군의 구도를 보면 리창·리시·딩쉐샹·천민얼 등은 시 주석의 최측근들이지만, 후 부총리와 왕 전국정협 주석은 후진타오의 핵심 세력이다. 특히 올해 59세의 후춘화는 '리틀 후'로도 불리며 그동안 시진핑의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애널리스트인 닐 토머스는 "후춘화가 총리 자리에 오른다면 그것은 시진핑의 잠재적인 후계자가 아니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약한 2인자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실 중국 최고 지도자그룹인 상무위원회 7인 구조에서 시 주석 세력이 4인 또는 5인 이상이면 총리의 목소리는 잦아들 수밖에 없다.
실제 시 주석이 그동안 자신의 핵심 경제 참모인 류허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던 탓에 리커창 총리의 역할이 크게 제한됐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공산당에는 덩샤오핑이 만든 '격대지정'(隔代指定, 권력투쟁의 폐단을 막으려고 현 지도자가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권력 승계 방식)이 일종의 룰로 자리 잡아 왔으나, 시 주석이 이를 파기했다.
시진핑은 2007년 제17차 당 대회 때 부총리로 권력서열 6위의 상무위원에 진입했던 리커창과 함께 5위의 국가부주석에 오른 뒤 5년 후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최고봉인 국가주석에 올랐으나, 정작 본인은 격대지정 전통을 지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염두에 두고 격대지정 전통을 무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격대지정에 따라 후춘화는 오랜 기간 시진핑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아왔으나,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해왔다.
따라서 후춘화가 이번에 상무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총리 자리를 꿰찬다면 '시 주석 견제 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산당 혁명 영웅인 시중쉰의 아들로서 후광을 받았던 시 주석과는 달리 후춘화는 후베이성 중부의 빈농 출신이다. 16살 때 베이징대학에 입학한 수재로, 졸업 후 공직에 진출해 척박한 시짱(티베트) 자치구를 자원해 줄곧 근무하다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티베트 자치구의 당서기였던 후진타오 눈에 띄어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후춘화는 2012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진입했으며, 그때부터 '리틀 후'로 불리며 최고의 별이 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반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공산당 지도자들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창·리시·딩쉐샹이 신임 상무위원에 오르고, 이 가운데 리창 상하이 당 서기가 총리 후보군 선두주자라고 전했다.
홍콩 유력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리창·리시·딩쉐샹·천민얼이 상무위원회에 새로 입성할 유력후보라고 썼다.
리창 서기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에서 성장에 이어 당 서기로 재임할 당시 비서실장 격인 저장성 당위원회 판공청 주임을 맡았다. 그는 이를 계기로 시 주석의 심복으로 통한다. 리 서기는 2017년 상무위원 진출의 '1순위'로 통하는 상하이 당 서기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상하이시가 전면 봉쇄된 탓에 2천500만 시민의 반발은 물론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리창 서기를 안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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