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30여 개 질문 세례…대부분 홍 대표가 답변
침울한 남궁훈 "TV서 사임하는 것 보며 의문이었는데…재발방지 최선"
(성남=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모든 이용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카카오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먹통 사태'를 빚은 카카오[035720]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지난 15일 카카오 서버가 몰린 SK 주식회사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무더기 장애를 일으킨 지 나흘만이다.
남궁 대표와 홍 대표는 회견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 회견장에 입장했다. 둘 다 어두운 정장에 넥타이는 하지 않은 차림이었다. 이들이 들어서자 방 안을 가득 메운 기자 100여 명의 시선이 단상 위에 집중됐다.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벗은 두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먼저 홍 대표가 기자회견문 첫 줄을 읽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부분까지 읽은 뒤 두 대표는 함께 단상 밑으로 내려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다음 홍 대표가 약 5분가량 사태 재발 방지책과 보상 정책을 언급한 뒤 남궁 대표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던 사의를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회에 공유하며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또다시 홍 대표와 함께 일어나 깊이 고개를 숙였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태인 만큼 기자들의 질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32개 질문과 꼬리 질문들이 나오면서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12시 31분에야 끝났다. 분위기는 조금의 농담이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무거웠다.
대부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독 대표이자 전사 차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태 해결을 책임지게 된 홍 대표가 했다.
이번 사고 원인과 복구 상황 등에 질문이 집중됐고, 연초 대비 반 토막 난 카카오 주가 등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계열사들이 '쪼개기 상장'이 주가 하락을 불렀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홍 대표는 "'쪼개기 상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그는 "저희는 밖에 씨를 뿌리고 키워 성장시키는 방식을 취해 왔고, 그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우리 회사의 규모나 사회적인 기대를 봤을 때 이에 대해서 의심을 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가 내년 완공 예정인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2024년 착공하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데이터센터 관련 질문에는 "간략히 설명드리겠다"며 갑자기 프레젠테이션(PT)을 시작했다.
그가 단상 뒤 화면에 띄운 '카카오 데이터센터 현황 및 방재계획'에는 두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구성,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 등이 상세히 설명됐다.
발표 이후 "이런 부분들은 이번 사태 전에 모두 계획된 것이 아니냐. 추가 예산 편성 등은 없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홍 대표는 "예산과 인프라, 인력 등 여러 가지를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남궁 대표는 사퇴 배경을 묻는 말에 입을 열었다. 남궁 대표는 "이렇게 사의를 낼지 상상을 못 했다"면서 "TV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자들이 많이 사임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저렇게 사임하는 게 책임지는 것인가 의문도 많이 가졌다"고 했다.
그는 "그냥 사임하는 것이 아니라 사임하게 된 근본 원인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역량을 쏟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올 초 취임 전 카카오 주가가 15만원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힌 데 대해 주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 당시만 해도 임기내에 꼭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972년생인 남궁 대표의 50번째 생일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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