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낙마까지 부른 '카톡 먹통'…심기일전 계기 될까

입력 2022-10-19 15:28  

경영진 낙마까지 부른 '카톡 먹통'…심기일전 계기 될까
"모든 항공안전 규정은 피로 쓰였다더라…수많은 사고사례 공유로 안전 구축"
비대위 활동으로 IT업계 표준 제시 다짐…변함없는 글로벌 진출 의지도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배터리 1개 화재에 전체 서비스가 '셧다운' 된 초유의 장기간 카카오[035720] 먹통 사태는 결국 경영진 퇴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카카오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남궁훈 각자대표의 사임과 함께 사과와 수습, 재발 방지를 강조하고 '공공성 책무'까지 언급하면서 한껏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와 경영진 사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느슨해진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업그레이된 '뉴 카카오'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회견이었다.
아울러 IT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메타버스 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 화재 따른 먹통부터 남궁훈 사퇴까지 숨 가빴던 나흘
지난 15일 발생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이 모두 장애를 일으켰다.
같은 센터를 사용하는 네이버 등도 타격을 받았지만, 이중화 장치가 돼 있어 복구가 빠른 편이었는데 카카오는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이용자 피해가 컸다. 이에 카카오는 사고 당일 대표 명의 사과문을 내놨다.
카카오는 사고 다음 날인 16일 원인조사, 재난 대책과 보상대책 마련 등 3개 분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음 주부터 피해 신고도 받겠다고 밝혔다.
17일 카카오톡의 대부분 서비스가 정상화되긴 했지만, 이날 기자회견 때까지도 판교 서버 3만2천 대 중 3만1천 대가 복구됐다고 공지할 만큼 수습이 더딘 상황이라 카카오 12년 역사상 최악의 사태로 기록됐다.
카카오는 화재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 일상이 흔들리면서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고 결국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국정감사장에 서게 됐다.
공공기관 역시 카카오톡에 의존해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 형편이라 정부 차원에서도 그 심각성을 고려해 재난대응실을 설치해 재난안전문자 서비스까지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정감사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가 그동안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오면서 지적된 문어발식 계열사 문제 등도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코너에 몰리자 남궁 대표는 결국 사고 나흘 만에 퇴진을 선택해야 했다.

◇ IT업계 대표성 이미지 굳히고 글로벌 사업 지속 의지
카카오는 이날 회견에서 연거푸 고개를 숙였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조하는 등 한껏 몸을 낮췄지만,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IT업계 전체의 문제로 확장하면서 카카오의 대표성을 강조하고 글로벌 사업 역시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사건을 책임지고자 대표이사직은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매출과 영업이익 등 투자 부문에 주력해왔던 남궁 대표는 비교적 솔직한 반성문도 공유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가 성장해오면서 사실 시스템은 물이나 공기 같은 거로 생각했는데 그 중요함을 잘 모르다가 없어졌을 때 깨닫는 것처럼, IT 회사에서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더 깊게 이뤄져야 한다는 반성을 했다"고 언급했다.
카카오는 보상 문제에서도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는 신속성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비대위 운영을 통한 수습과 데이터센터 투자와 이중화 장치 등 재발 방지책 마련 설명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대위 내 원인조사소위, 재난대책소위, 보상대책소위 3개 분과가 동시 가동된다.
원인조사 소위에서는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과 전원 공급 지연, 복구 과정 등 사실 규명에 주력하고, 재난대책소위는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보상대책 소위는 피해 이용자들과 파트너들에 대한 보상정책을 수립한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IT 업계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대표성을 강조하면서 비대위가 IT 업계 전반의 성장을 위해 방향을 잡아나가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남궁 대표는 "이번 사건은 카카오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IT업계의 비극"이라며 "모든 항공 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말이 있다. 비행하다 일어난 수많은 사고 사례 공유를 통해 안전함이 구축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측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메타버스와 오픈 채팅, 글로벌 사업도 이번 장애 사태로 인해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 역시 분명히 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글로벌 확장 계획은 내가 독단적으로 한 게 아니라 전 경영진이 모여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 현 상황을 반성할 부분은 있지만, 사업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수석 부사장이 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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