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취임에 가시적 성과 목표…"시장 적응에 시간 걸릴 것"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간 경쟁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두 회사가 번갈아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평가다.
서봉균 삼성운용 대표와 삼성운용 부사장 출신인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취임 첫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 은근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과 한투운용은 최근 한 달여 사이 총 다섯 차례의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14일 한투운용의 ETF 브랜드명 변경 간담회를 시작으로 같은 달 27일 삼성운용, 이달 6일 다시 한투운용, 이어 지난 17일과 19일에는 재차 삼성운용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를 한 차례 열 때마다 통상 2천만~4천만원 수준의 비용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잦은 빈도다.
이와 관련해 한투운용의 배 대표가 최근까지 삼성운용에 몸담았던 만큼 두 운용사가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배 대표는 2000년부터 삼성자산운용(당시 삼성생명투신운용)에서 근무해 인덱스운용본부장, 패시브본부장, 패시브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역임했다.
2002년 삼성운용의 ETF 브랜드인 'KODEX'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ETF를 선보여 한국 ETF 업계 대표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삼성운용 측에서 자산 출신인 배 대표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열린 삼성운용의 KODEX 20주년 행사에서 최창규 ETF컨설팅본부장은 "삼성 출신들이 각 ETF 운용사에 가 계신다"며 "한투운용 등 각 운용사에서 한국 ETF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누군지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운용사의 조직 개편과 ETF 사업 전략도 비슷한 궤도를 그리고 있다.
한투운용은 배 대표 취임 이후인 지난 6월 마케팅과 상품개발, 글로벌 운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ETF마케팅본부'와 운용·컨설팅·마케팅을 전담하는 '솔루션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배 대표는 삼성운용 출신인 박희운 전무를 솔루션운용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 역시 삼성운용 출신이다.
삼성운용 역시 서봉균 대표 취임 이후인 지난 4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의 지분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디지털마케팅팀 등을 신설했다.
또 지난달 한투운용이 자사 ETF 브랜드명을 'ACE'로 변경하며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자 삼성운용도 이달 자사 브랜드 KODEX의 로고 표기를 바꾸는 등 브랜드 개편을 단행했다.
아직 사업 전력으로는 삼성운용이 압도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삼성운용의 운용자산(AUM)은 281조3천억원으로 업계 1위다.
49조3천억원 수준인 한투운용과 비교하면 약 5.5배 규모다.
ETF 규모 기준으로도 삼성운용은 33조3천억원, 한투운용은 3조1천억원을 기록해 차이가 큰 상황이다.
두 운용사 모두 올해 새로운 대표들이 지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운용사의 대표 모두 전체적인 경영 활동을 처음 경험한다"면서 "자신의 전문분야뿐 아니라 펀드, 채권,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시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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