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게 상원의원 새 대표 뽑혀…위상 추락 끝에 이미지 쇄신 나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한 때 인도 정계를 호령하다가 지난 몇 년간 세력이 크게 줄어든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네루-간디 가문 이외의 인물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19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말리카르준 카르게 연방 상원 야당 대표가 이날 INC의 새 대표로 뽑혔다.
카르게 대표는 9천여명의 당 간부들이 참여한 대표 선출 투표에서 7천897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카르게 대표와 경쟁했던 하원 3선 의원 샤시 타루르는 1천72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투표는 지난 17일 인도 전역에서 진행됐으며 이날 개표 후 결과가 발표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위세에 눌려 입지가 크게 위축된 INC는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새로운 인물을 앞세워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인도국민회의의 총재는 그간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했으며 1998∼2017년에 이어 2019년부터 지금까지는 소냐 간디가 맡고 있다. 2017∼2019년에는 라훌 간디가 총재를 역임했다.
소냐 간디는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부인이며 라훌 간디는 소냐 간디의 아들이다.
네루-간디 가문에서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를 비롯해 그의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총리 세 명이 배출됐다.
다만, 간디라는 성은 인디라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바뀐 것으로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독립 후 정당으로 변신, 지난 70여 년간 인도 정치를 좌지우지했고 네루-간디 가문의 지도 아래 무려 50여년간 집권당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인디라 간디와 라지브 간디가 각각 1984년, 1991년 암살당하고 라훌 간디가 2014년, 2019년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모디 총리에 완패하면서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 하원 543석 가운데 BJP는 과반인 304석을 차지한 반면 INC의 의석 수는 53석에 불과하다.
이에 INC 안팎에서는 네루-간디 가문의 '왕조 통치적 체제'를 탈피하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다만, 카르게 대표도 네루-간디 가문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소냐 간디, 라훌 간디의 당내 영향력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르게 대표도 최근 "간디 가문은 이 나라에 좋은 일을 해왔고 그들의 조언은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표로 뽑힌 후에도 간디 가문의 조언과 지지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현지 언론도 카르게에 대해 '네루-간디 가문이 승인한 대표'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주변 우려를 의식한 듯 라훌 간디는 이날 "나도 새 대표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새 대표가 향후 내 역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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