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퇴임 무렵 처제가 난방공사 사외이사로

입력 2022-10-20 06:39   수정 2022-10-20 07:48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퇴임 무렵 처제가 난방공사 사외이사로
직무관련성 없는 미디어과 교수…면접 돌연 없어지고 심사 간소화
화상으로 이사회 참석해도 회당 300만원꼴 수령…나홀로 연임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첫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던 백운규 전 장관이 퇴임할 무렵 그의 처제가 산업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일 난방공사와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의 처제인 교수 A씨는 2018년 12월 10일부터 2년 임기의 공사 사외이사(비상임 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 공고는 백운규 전 장관의 재임 시기였던 2018년 8월 30일에 나왔다.
2017년 7월 산업부 장관에 임명된 백 전 장관은 2018년 9월 21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난방공사 사외이사 공모 시기는 백 전 장관이 퇴임을 약 한 달 앞둔 상황으로,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관여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는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2018년 산업부 산하 기관 13곳의 기관장에게 사직서를 강요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임기 초기에 41개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A씨는 미국 대학 언론학 박사 출신으로, 경력상 난방공사 업무와 직접적인 직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당시 공사의 사외이사 공모 공고문을 보면 그간 진행돼온 면접 심사가 돌연 없어지고 서류 심사로 전형이 간소화됐다.
A씨는 임기 동안 27차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가운데 두 차례에 걸쳐 혼자만 불참했고, 안식년으로 미국의 한 대학 방문 교수로 출국·체류한다는 이유로 9차례나 화상으로 회의 참석을 대신했다.
또 이사회 회의록 확인 결과 A씨는 안건 논의에서 별도 의견을 개진한 적이 없었다.
난방공사 사외이사의 연봉은 3천만원에 달한다.
1년에 10회 안팎의 이사회 참석 외에는 별다른 업무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수차례 화상으로 회의를 대신하고 회당 약 3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셈이다.
공사는 사외이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회의를 화상으로 대신한 선례가 있는지 묻자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공사 사외이사는 직무 수행 실적 등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는데, 애초에 선임된 3명의 이사 가운데 A씨만 임기가 1년 연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A씨의 임기 연장을 위해 "대학 교수로서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으로 공공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관 내부 시각으로 일관된 의사 결정에 다양성을 보완했다"는 내용의 직무수행 실적 보고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미디어 전공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관 언론보도 전략, 갈등 관리를 위한 대국민 홍보전략에 대한 자문 등 이사회 이외의 실질적 경영 참여에도 매우 적극적"이라고 썼다.
그러나 공사에 A씨의 자문 내용에 대한 증빙 자료를 요청하자 "구두 자문 형태로 진행돼 증빙자료 제출이 곤란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의 임기 동안 그가 언급된 공사의 언론 보도는 2020년 12월 A씨의 사외이사 재선임 보도가 전부였다.
양 의원은 "백운규 전 장관의 처제가 아니었어도 해외에 체류하면서 화상으로 이사회에 참가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었을런지 묻고 싶다"며 "그 정도의 성실성과 성과로 홀로 연임한 배경에 대해서도 소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년 임기 연장에 따라 지난해 12월 28일까지가 임기였던 A씨는 백 전 장관의 월성원전 재판이 시작된 직후인 같은 해 3월 16일 중도 사임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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