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미국행 적발돼 멕시코에 억류…당국, 타지로 분산 조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으로 불법 이주하려다 적발된 베네수엘라 주민 200여명이 멕시코 이민청에 억류돼 있다 폭동에 가까운 소란을 일으켰다.
19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 마야에 따르면 미국 국경 근처 바하칼리포르니아주 티후아나 이민청에 붙잡혀있던 베네수엘라 불법 이주자들이 "우리를 풀어달라"며 한밤중 거친 소동을 벌였다.
이날 자정께 외부에 있던 40여명이 이민청에 몰래 침입해 내부에 있던 이들을 선동하면서 사태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40여명의 국적과 신원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호세 헤르난도 산체스 티후아나 시민보호부 장관은 현지 매체에 "관련 신고 접수 뒤 주 방위군 등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고 밝혔다.
부상자 등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소란을 일으킨 이들 중 일부를 티후아나에서 동쪽으로 180㎞ 정도 떨어진 바하칼리포르니아주 메히칼리로 옮겼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불법 육로 이민자들을 즉각 멕시코로 추방하는 행정 조치를 발동했다. 대신 재정 보증인을 갖추고 백신을 접종하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비행기를 통해 입국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최대 2만4천명까지 받아들이기로 멕시코와 합의했다.
이전까지는 멕시코가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일단 불법으로 미국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이후 조처가 나올 때까지 미국에 머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계속된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베네수엘라에서는 한때 3천만명 넘던 인구 중 680만명이 모국을 등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9만명의 망명 신청을 받았는데, 이중 2만7천명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 관세국경보호국(CBP)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5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남부 국경에 구금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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