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바버샵과 한산한 거리…식당 매상도 줄어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여성들의 나라가 된 것만 같아요." "(그리스 경제위기 때인) 2008년의 아테네가 떠오르네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남성들을 무차별 징집하면서 모스크바 거리에서 남성이 사라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예비군 동원령 이후 식당과 커뮤니티, 파티 등에서 남성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모스크바 골목을 가득 채웠던 젊은이들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NYT는 최근 몇 주간 모스크바 거리에서 남성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많은 이가 정부의 동원령으로 끌려갔거나 정부의 강제 징집과 계엄령 선포 가능성에 외국 등지로 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까지 정부 징집대원들은 지하철 출입구를 지키며 남성들의 서류를 확인했고, 노숙자 쉼터에서 수십 명을 체포하거나 카페에 들이닥쳐 징집 대상자를 수색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8곳에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현재까지 러시아를 탈출한 남성의 수가 정확한 숫자는 집계된 적은 없다.
다만 카자흐스탄 정부에 따르면 최소 20만명의 러시아 남성이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갔다. 또 다른 수만 명은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스라엘 등지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원령으로 총 22만명이 징집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러시아를 떠났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러시아 당국의 징집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남성들의 부재는 경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 식당에서는 지난 2주간 주문금액이 1천500루블(약 3만5천원)을 넘긴 주문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자국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9월 한 달 동안에만 529개 지점의 문을 닫았다.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모스크바 중심가인 페트로프카 거리의 지점 영업을 중단했다.
모스크바 시내 '찹찹'(Chop-Chop) 바버샵은 보통 주말엔 남성들로 가득 차지만 NYT 기자가 찾았을 땐 4개 좌석 중 한 곳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바버샵 매니저 '올리아'는 "원래 지금 같은 때는 손님으로 북적이지만 이젠 한산하다"라며 "손님의 절반가량은 떠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찹찹 바버샵 체인 창업주인 알렉세이 에밀로프는 전국 70개 매장 중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객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곳의 사람들은 다른 지역보다 (징집을 피해) 떠날 수 있는 능력이 더 있기 때문이라고 에밀로프는 전했다.
그는 "지금 모스크바 상황은 경제난을 겪던 2008년 아테네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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