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공동 각료회의 내년으로 연기…"양국 문제 조율 더 필요"
獨 보조금·가스관·F-35 전투기 정책에 佛 반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국방 위기 대응방식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가 결국 내주로 예정된 양국 장관급 회의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작지 않음을 시사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내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프랑스-독일 공동 각료회의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각료회의에 참석할 일부 장관들에게 다른 일정이 있고, 양국 문제에 대한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도 국방과 에너지에 관한 중요한 주제들은 장관급 회의 전에 더 논의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양국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하는 일정은 확정됐다고 밝혔다.
양국은 회의 연기가 두 나라의 불화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유럽의 주축 세력인 양국은 러시아의 전쟁과 가스 수출 무기화 등으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독일은 지난달 말 2천억 유로(약 280조원) 규모의 가스 가격 안정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프랑스는 "유럽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이 정책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전기료나 난방용 가스 가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2024년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인데 독일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다른 EU 회원국들에 불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또 독일은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피레네산맥을 관통해 스페인에서부터 유럽 전체로 이어지는 '미드캣 가스관' 건설을 원하지만, 프랑스는 반대한다.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건설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녹색 경제 흐름에도 모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과 스페인 정부 내에서는 프랑스가 자국의 원자력 산업을 보호하고, 수입 가스의 기착지를 스페인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스관 건설을 반대한다고 비판한다.
방위 분야에서는 독일이 자국군 현대화 방침에 따라 낡은 주력기인 토네이도를 미국의 F-35 전투기로 대체하려고 하는데, 프랑스는 독일이 유럽의 에어버스 등을 통해 방공망을 구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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