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지난해 재미 중국인 과학자 1천400여명이 미국 기관에서 중국 기관으로 이직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학자 포럼(Asian American Scholar Forum·AASF)은 지난 17일 이 같은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중국계 과학자들의 연구와 학문 활동을 억지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배경으로 지목하면서 미국의 연구 활동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성'(姓)으로 식별한 재미 중국계 과학자 1천416명이 지난해 소속 기관을 미국 기관에서 중국 기관으로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은 공학, 컴퓨터 과학, 수학, 물리과학,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적 규모는 지난해보다 21.7% 늘어난 것이며 2011년과 비교하면 이적 건수가 두배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참여한 프린스턴대 위셰 교수는 "우리는 이러한 추세의 증가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한동안 중국에 인재를 잃었고 특히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개시한 이래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선보인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미국에서 기술 정보와 지적 재산권을 탈취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 프로그램으로,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대항하는 성격이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자국 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2008년 시작한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술 인수' 전략의 일환으로 이에 참여하는 해외 과학자들에게 높은 연봉과 주택, 의료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종 편견과 공포 조성이라는 우려 속에서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공식 종료했지만, 이는 여전히 중국계 과학자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이 정책이 재미 중국계 과학자들 사이에서 '위축 효과'를 낳고 있으며, 광범위하게 퍼진 공포가 완화되지 않는 한 미국은 과학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빼앗길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매사추세츠공대(MIT) 분석에 따르면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통해 3년간 77건, 150여명이 기소됐다.
지난 1월 미연방수사국(FBI)은 중국 정부의 정보, 기술 탈취와 관련한 사건 약 2천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중 어느 정도가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해당하는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앞서 AASF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대학에 임용된 중국계 과학자 1천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응답자의 61%가 미국을 떠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65%는 중국과의 협업에 우려를 표했고 약 45%는 미국 연방 보조금 신청을 기피한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