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의무설치에도 검사 대상엔 미포함…안전기준도 '낮잠'
전기안전공사 "UPS 긴급 안전점검 진행중…정기점검 필요에 공감"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한주홍 권희원 기자 = 판교 데이터센터 무정전전원장치(UPS) 화재로 빚어진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국민 일상생활이 마비된 가운데 2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UPS 화재 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데이터센터에 의무적으로 UPS를 설치하게 돼 있는데, 사실상 검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 의원은 "UPS는 ESS(에너지저장장치)와 매우 비슷한데, ESS도 최근 몇 년간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원인을 찾느라 고생했다"면서 UPS의 주 화재 원인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박지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UPS가 설치된 사업장이 전국에 241개소인데 긴급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소자 등 복합적 기능이 들어가 있어 위원회를 구성해 진단·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박 사장은 "(UPS 화재) 원인은 일부 밝혀졌고,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있으며 실험도 하고 있다"며 "공사에서 실증센터를 구축해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중요 시설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전기안전공사가 1년마다 직접 검사하는 등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면 좋겠다"고 하자 박 사장은 "UPS 정기 점검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박 사장은 "정부와 협의해 안전기준 검사 제도를 조속히 강구하고,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박 사장에게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도 UPS가 준공 시 인가·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시설공사 검사 대상에 UPS를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촉구했다.
노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22.6%가 한전과 예비전력 공급 계약을 맺지 않았다. 예비전력은 상용공급설비의 보수·사고 등으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때 상용 전력을 대체해 공급하기 위한 비상용 전력이다.
통상 데이터센터는 상용전력과 예비전력을 함께 계약한다.
데이터센터에서 예비전력은 주전원의 문제 발생 시 UPS의 이전 단계에서 전력 공급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노 의원은 "데이터센터의 서버 이원화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PS에 대한 안전 기준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사실도 이날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ESS 안전 강화 대책 발표를 통해 UPS를 비롯한 다양한 전기 저장 장치에 대해 안전 기준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UPS에 대한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현재 국무조정실 사전 규제 심사 등의 행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UPS 안전 기준에 구멍이 뚫려있는 동안 UPS 관련 화재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18년부터 이달까지 최근 5년간 UPS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54건으로, 2억 8천241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