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시장 개입에도 한달새 10엔 급등…올들어 30% 상승
일본 경제에 부정적 영향…무역적자 커지고 물가 치솟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성진 특파원 = 엔화 가치 하락(엔저)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엔·달러 환율이 20일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할 수 있는 150엔을 넘어섰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20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 115엔 안팎이던 엔·달러 환율은 35엔(30%)이나 급등했다.
지난 9월 1일 24년 만에 140엔대로 올라선 이후 근 2개월 만에 32년 만에 150엔대로 올라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이 장중 145.90엔까지 치솟은 지난 9월 22일 약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 개입에 따라 일시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 10엔 가까이 급등했다.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엔·달러 환율 상승세를 막지 못한 것은 엔화 가치 하락의 근본 원인이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에 있기 때문이다.
NHK는 "미국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 미일 간 금리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엔 매도,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해졌다"며 최근 엔화 약세 배경을 설명했다.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주요국과는 달리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심을 표하면서도 금융완화를 유지한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언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지에 시장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엔·달러 환율이 이날 150엔대까지 상승한 뒤 기자들에게 "(과도한 움직임이 있으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존 생각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 약세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약 105조4천9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크게 오르지 않았던 물가도 치솟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2014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물가지수에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9월 일본 기업물가지수(2020년 평균=100, 속보치)는 작년 같은 달보다 9.7% 상승한 116.3이었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