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부 불신임안 제출했으나 통과 가능성 희박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이 하원 문턱을 넘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특별 조항을 동원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하고 두 달 뒤 치러진 총선에서 르네상스 등 집권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여파로 빚어진 광경이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치솟는 물가 등 프랑스에 닥친 위기를 생각하면 예산안 통과가 시급하다며 하원 표결 없이 예산안을 상원으로 넘기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하원에 제출한 수백 건의 예산안 수정안을 모두 수용하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난색을 보여왔던 정부가 결국 우회를 택한 것이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르면 정부는 하원 투표 없이 예산안을 포함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발동하면 하원에서 논의가 중단되고 상원으로 법안이 자동으로 넘어간다.
이 절차를 막을 방법은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을 채택하는 것 하나다. 불신임안은 의원 10분의 1, 즉 58명이 서명하면 발의할 수 있고, 과반이 동의해야 하원을 통과한다.
집권당에 가장 적대적인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은 즉각 별개의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의석수가 모자라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르네상스 등 범여권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긴 했으나 전체 577석 중 250석을 가진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LFI와 RN은 상대 당이 제출한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하원에서는 LFI를 주축으로 하는 좌파 연합 '뉘프'가 제1야당으로 151석을 갖고 있고, RN이 89명으로 의석수가 그다음으로 많지만 두 세력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전체 의석이 절반이 안 된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1958년 이후 헌법 제49조3항을 발동한 사례는 우파 정권 때 33번, 좌파 정권 때 56번 등 총 89차례였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였던 2020년 에두아르 필리프 당시 총리가 연금 개편 추진을 위한 핵심 법안들을 통과시켰을 때 해당 조항을 사용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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