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2→10.5%…물가난보다 경기둔화 더 우려하는 듯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최근 물가상승률이 83%를 넘어설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튀르키예가 3개월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낮췄다.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억제에 나선 유럽 주요 국가들과는 반대되는 행보로, 물가난보다 경제 전반이 침체로 흐를 가능성을 정부가 더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2%에서 10.5%로 1.5% 포인트 낮췄다.
튀르키예는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1% 포인트씩 낮췄는데 이달 기록한 1.5% 포인트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 같은 금리 인하는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을 계속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83.45%에 달했고 일부 민간 조사에서는 실제 물가 상승률이 150%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지난달 9.9%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자 유럽중앙은행(ECB)는 0.75% 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내주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쓰는 나라가 많은데도 튀르키예가 금리를 내리는 것은 물가 상승보다 경기 둔화 흐름을 더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튀르키예의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는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튀르키예가 내년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를 피할 필요성이 물가 억제보다 더 우선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내년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일반적인 경제 논리와 달리,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특한 경제관도 금리 인하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앙은행 총재를 여러 차례 경질했으며, 지난 1월에는 물가상승률이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자 튀르크스탯 수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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