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원 100명 추천' 조건 달아 후보난립 방지…야당은 조기총선 주장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만인 20일(현지시간) 사임을 전격 발표하면서 후임 총리를 어떻게 선출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인 보수당은 후임 총리가 될 당 대표 경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경선 규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후보 등록 요건을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으로 대폭 강화한 점이다. 종전에는 의원 20명의 추천으로 후보 등록이 가능했다.
보수당 의원이 357명인 점을 고려하면 후보는 최대 3명까지 나올 수 있다.
오는 24일 오후 2시 마감되는 후보 등록 결과 자격을 갖춘 후보가 1명뿐일 경우 해당 후보는 다른 절차 없이 바로 차기 총리 겸 당대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후보가 3명일 경우 의원 투표로 최하위 득표자를 추려내고 남은 2명을 상대로 의원 투표가 진행된다. 후보가 2명인 경우에도 일단 의원 투표를 시행한다.
후보 2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는 의원들 사이에서 지지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는 있으나 어느 한쪽이 사퇴하지 않는 한 최종적으로 당선자는 전체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에서 결정된다.
당원 온라인 투표 전에 후보 간 TV 토론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당선자는 오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후보 2명을 대상으로 한 의원 투표에서 열세인 후보가 자진해서 사퇴하는 경우에도 남은 후보가 바로 당선자로 확정돼 당원 온라인 투표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물러나고 트러스 총리가 뽑힐 때는 최종 2인의 후보가 남을 때까지 1차 5% 이상(현재 의석대로라면 의원 18명), 2차 10%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를 각각 걸러낸 다음 최하위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후보 압축 과정을 진행했다. 그 다음 최종 후보 2인이 남은 상태에서 당원들의 우편 투표로 후임자를 가려냈다.
후임자 선출까지의 기간이 짧은 만큼 트러스 총리는 자신이 밝힌 대로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현재 최다 의석을 보유한 정당인 만큼 새 당 대표가 선출되면 찰스 3세 국왕이 그를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을 구성해 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조기 총선을 주장하기도 한다.
감세안 등 민심에서 엇나간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으로 보수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주장이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움이 실시한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현시점에 총선이 실시될 경우 노동당은 하원 의석 가운데 무려 411석을 얻는 압승으로 12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조기 총선을 열려면 총리의 요청 또는 의회의 과반 가결이 필요하지만, 이처럼 불리한 정세 속에 보수당이 조기 총선에 동조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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