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연달아 北인권 공개 언급…'서해 공무원 사건' 정보공개 요구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강건택 특파원 = 한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에서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인권을 담당하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책임지는 핵심 의사결정 기구인 안보리에서까지 하루에 두 번이나 북한 인권을 화두에 올렸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여성, 평화, 그리고 안보'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 연설에서 "이번 기회에 북한에서 탈출한 여성들이 직면한 수많은 고난에 대해 주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0년대부터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 3만4천여 명의 72%가 여성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들 중 다수가 수년간 구금, 인신매매, 송환, 고문과 잔혹한 처벌을 포함한 후속 보복 조치 등의 위험을 견뎌낸 후에야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웃 나라들에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탈북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탈북 여성들의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에서 커다란 도전과제들에 직면한 나라로서, 또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후보로서 한국은 국내외에서 여성, 평화, 안보의 어젠다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은 원하는 국가가 모두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사례라고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전했다.
지난 2017년 북한 인권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서도 탈북민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으로 송환된 여성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으나, 당시 회의는 안보리 이사국과 관련국만 참가하는 공개브리핑 형식이었다.
앞서 오전에 열린 제3위원회 회의에서도 황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방역 강화와 함께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가 회의 참석자들에게 소개한 사례는 지난해 말 북한이 한국 문화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었다.
이 법은 한국 영상물의 유포자에게 사형을, 시청자에게는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황 대사는 북한이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넘나드는 주민에 대한 총살 지령을 내렸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저지른 인권 관련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사법 체계에 회부해야 한다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황 대사의 연속 공개 발언은 최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협의 과정에 한국이 동참한 것과 관련돼 주목된다.
외교부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가치 외교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를 고려한다면 공동제안국 참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왔으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불참했다.
한편 황 대사는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을 언급한 뒤 북한 당국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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