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전 달러 해외에서 위폐로 나와 사용 못 해
위폐 감별기에서 세번 위폐·한번 진폐로 나와
위폐 감별기 노후 문제 은행은 책임 안 져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최근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상위의 대형은행에서 환전한 미국 달러화가 해외에서 위조지폐로 나타나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달러화는 국내로 가져와 감별했을 때도 수차례 위폐로 나오다 결국 진폐로 판명되긴 했지만, 은행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인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30대 A씨는 지난달 23일 거주지 인근 대형은행 지점에서 900달러를 환전한 후 28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현지 화폐로 다시 환전하는데 100달러짜리 지폐 한장이 위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귀국한 후인 이달 19일 처음 달러화를 매입했던 은행 지점으로 가서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위폐 여부를 재차 감별했다.
그랬더니 처음에 위폐를 검사하는 서로 다른 두대의 계수기에서는 위폐로 나왔다. 이에 은행은 다른 세번째 계수기에 문제의 달러화를 넣어 검사한 후 진폐라는 결과를 얻었다.
은행 관계자는 위폐를 감별할 때 서로 다른 네대의 계수기를 이용해 최소 한번만 진폐로 나오면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국내 은행에서 매입한 달러화도 해외 환전소를 포함해 세번이나 위폐로 나왔지만, 한번이 진폐여서 진폐로 판명된 것이다.
은행은 또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씨가 위폐라며 가져온 달러화가 자사에서 환전해준 것이 맞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은 달러화가 낡았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 혹은 계수기 센서가 노후해 위폐 감별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환전해준 은행 지점은 이번에 위폐 논란이 일자 뒤늦게 노후한 계수기 한대를 수리하기 위해 기술자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은행에서 감별력이 떨어지는 계수기를 활용하면 진짜 위폐를 잡아내지 못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고객이 진폐를 환전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A씨처럼 해외여행을 갔다가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은 이런 문제까지 다 대비하고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생기면 고객 몫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100달러 지폐 한 장 때문에 은행을 세차례나 방문하고 은행 관계자들과도 여러 차례 통화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A씨는 "노후한 계수기 때문에 나 같은 피해자들이 또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불편하게 한 점 죄송하다"면서도 "진폐로 감별된 것만 고객에게 주지만 해외에서 위폐로 감별되는 것까지 대비하기 힘들다. 해외에서 어떤 계수기를 사용하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매우 드문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는 워낙 많이 사용되는 화폐라 여러 가지 위폐 방지 장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위폐 감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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