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시 '리창 총리 카드' 필두로 상무위원회 아예 장악
공청단·태자당 세력과 타협시 왕양 정협 주석의 총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새 지도부 등장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6일 개막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22일 폐막하고 그 다음날 열리는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 직후의 기자회견 때 최고지도자 그룹인 상무위원 7인이 서열순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여러 가지 추론이 나오고 있으나, 시진핑 당 총서기 겸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된다는 것 이외에 다른 상무위원 거취가 명시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 시진핑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기 국가주석 타이틀도 다시 단다.
현재로선 시진핑 초유의 '1인체제' 구축이 예상되나,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등의 견제로 막판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차기 지도부 구성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그걸 보면 다음 당 대회까지 최소 5년간 중국의 향배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 지도부 연령 제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이 아예 파기될지, '격대지정'(隔代指定, 권력투쟁의 폐단을 막으려고 현 지도자가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권력 승계 방식)의 룰이 적용돼 시 주석의 후계자가 공고될지도 관심거리다.
블룸버그는 새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제로 코로나' 정책의 고수 여부, 중국의 대미 관계, 부동산 위기 대처 방향을 점쳐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시진핑 '1인체제' 구축 성공…마이웨이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당 대회에서 미국과 촌각을 다투는 안보·경제 경쟁에 대처하려면 시진핑 1인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공감이 이뤄진다면 시 주석은 사실상 전권을 쥘 수 있다.
현재로선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텐페이옌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이 당 대회 둘째 날인 1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우리의 이 위대한 시대가 만든 걸출한 인물이며 중망소귀(衆望所歸·인망이 높은)의 인민 영수"라고 언급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인민 영수로 불린 인물은 마오쩌둥 이외에는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동급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상무위원들을 충성심으로 가득 찬 최측근으로 채워 집권 3기를 달리고 싶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책사'로 통하는 왕후닝(67)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를 서열 3위의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만들고, 심복인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를 상무위원에 진입시켜 서열 2위의 총리로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다.
리창 서기가 부총리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일단 상무위원 겸 부총리로 임명한 뒤 내년 3월 전인대에서 총리로 승진시키는 '시진핑 마이웨이'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시 주석의 측근인 리시 광둥성 당서기,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의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도 작지 않다.
7인 상무위원회 구조에서 시 주석 세력이 5인 이상이 된다면, 말 그대로 시진핑 '1인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후진타오·장쩌민의 공청단·태자당 세력과의 타협
이전보다 훨씬 약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공청단과 태자당 세력이, 이번에 일정 수준 시 주석을 견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차기 총리 인선에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 자리를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이 차지하는 경우, 주요 세력 간의 '타협'이 성사되는 걸로 간주하는 것이다.
왕양 정협 주석은 후진타오 전 주석의 세력이기는 하지만, '리틀 후'로 통하는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와도 결이 다르며 시 주석과도 잘 통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후진타오 전 주석→리커창 총리→후춘화 부총리→루하오(陸昊·55) 자연자원부 장관 순으로 공청단 제1서기를 역임했으며, 14∼28세를 대상으로 하는 공청단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7천372만 명으로 집계됐다.
후진타오 집권 때와 비교할 때 다소 약화했으나 여전히 건재한 공청단에 대한 시 주석의 영향은 크지 않다. 따라서 시 주석이 견제 세력과의 중간지점으로서 '후춘화 총리'가 아닌 '왕양 총리' 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아울러 이런 타협의 대가로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이하 기율·감찰위) 등의 자리를 장악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경우 시 주석은 측근을 '7상8하' 원칙에 따라 퇴진하게 될 리잔수(72)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정(68) 부총리 자리에 심을 수도 있다.
◇ '7상8하' 원칙 파기로 지도부 그대로…현상유지
시 주석이 아예 공산당의 암묵적인 룰인 7상8하 원칙을 깬다면, 이론적으로 본인 이외에 여타 6명의 상무위원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자진해 퇴진한다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시 주석이 현재 공산당 내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른 관점도 용인하겠다는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이 경우 67세인 리 총리가 헌법상 연임 초과가 불가한 총리직에서 나와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으며, 왕양 정협 주석은 총리로 발탁될 것으로 통신은 짚었다.
통신은 그러면서 왕양 총리가 확정된다면 시 주석은 리창 상하이 당서기를 수석 부총리로 임명해 총리를 견제할 것으로 봤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세력 균형의 추가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후춘화 부총리의 총리 발탁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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