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직 재도전 벌써 몸푸는 존슨…카리브해 휴가 중 급거 귀국

입력 2022-10-21 11:12  

英총리직 재도전 벌써 몸푸는 존슨…카리브해 휴가 중 급거 귀국
트러스 사퇴 90분만에 재등판설…존슨 지지 보수당 의원 현재까지 33명
'총선 승리 견인 적임자'vs '파티게이트 발목 잡을라'…찬반 격론 가능성
측근들 "부당하게 총리직 잃어" 명예회복 나설듯…'올드보이 귀환' 현실화하나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파티 게이트' 등 연이은 논란에 불명예 퇴진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후임자 리즈 트러스 총리의 사퇴를 계기로 다시 총리직에 도전할 전망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0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의 사퇴 선언 90분 만에 존슨 전 총리의 총리직 재도전 소식이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존슨은 복귀 준비를 '국가적 관심'으로 느낀다"는 존슨 전 총리 측근의 발언을 전했다. 또다른 측근도 가디언에 "보수당(토리당)의 중진들은 존슨이 부당하게 총리직을 잃었다고 본다. 아직도 총리로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두 신문은 존슨 전 총리 본인이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보내다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고도 전했다. 보수당 제임스 더드리지 의원은 트위터에 "휴가 잘 보내셨습니까. 돌아오실 시간입니다. 보스"라며 존슨 전 총리의 재도전을 환영했다.
보도대로면 존슨 전 총리는 7월 당내 압박 속에 사퇴를 선언한 지 약 3개월 만에 다시 총리직에 도전하게 된다. 총리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지난달 6일을 기준으로 하면 약 한 달여 만이다.
영국에서 한 번 물러난 총리가 재집권한 사례는 앞서 2차례 있었다.
존슨 전 총리가 '영웅'으로 칭송하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1940∼1945년, 1951∼1955년 등 두 차례 정부를 이끌었고,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 전 총리가 1964∼1970년, 1974∼1976년 등 총리직을 2번 수행했다.
존슨 전 총리가 총리직 재도전에 성공한다면 보수당 출신으로는 두번째, 노동당 출신까지 합해 영국 총리 중에서는 세번째로 재집권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당장의 전망도 어둡지 않은 편이다.
텔레그래프는 도박 확률정보서비스 '오드체커'의 정보를 토대로 계산한 존슨 전 총리의 집권 가능성이 이날 현재 26%로 가장 유력한 경쟁자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56%)에 이어 2위라고 전했다.
18일 진행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원의 63%가 트러스 총리를 대체할 인물로 가장 먼저 존슨 전 총리를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지지하는 총리 후보를 묻는 질문에 32%가 존슨 전 총리를, 23%가 수낵 전 장관을 골랐다. 데일리메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가 존슨 전 총리의 복귀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번 보수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면 동료 의원 100명의 추천을 확보해야 하는데,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를 보수당 대표 선거 후보로 추천한 동료 의원이 벌써 33명에 이른다.
이는 수낵 전 재무장관(33명)과 동률이고, 페니 모던트 하원 원내대표(13명)를 크게 앞서는 규모다. 전체 보수당 의원은 357명이다.

하지만 존슨 전 총리가 후보 등록일인 24일 오후 2시(현지시간)까지 추천인 100명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총리 사퇴 과정에 당내 인심을 크게 잃은 존슨 전 총리의 총리직 재도전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추천인 규정을 강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다만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 측은 이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실제로 보수당 내에서 존슨 전 총리에 대한 반발심이 작지 않다. 존 배런 의원은 "보리스 밑에서 공직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장관 출신의 중도 성향 보수당원은 텔레그래프에 "저 자기밖에 모르는 자가 토리당 대표가 된다면 나는 원내총무 자리를 포기해버릴 것"이라며 "우리 중 상당수가 저자의 리더십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생명을 위협받을 만한 문제도 따라다닌다. 영국 하원 특권위원회는 존슨이 이른바 '파티게이트'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는지 조사를 곧 진행할 예정이다. 몇 주면 위원회가 증거 수집에 돌입한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의 조기 총선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존슨 전 총리를 서둘러 재등판 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작지 않다. 존슨 총리는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대승을 이끈 바 있다.
존슨 전 총리의 한 측근은 텔레그래프에 "선거 승리에 진심이라면 노련한 선거 전문가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노동당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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