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 작가, 내년 쇼가든 부문에 지리산 생태 선보인다
지속가능성·탄소중립 메시지 강조…"BBC 등 현지 언론 관심"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매년 찾던 대표적 정원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의 주요 경쟁부문에 한국의 지리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등 12개 팀의 작품이 출품된다.
영국왕립원예협회(RHS)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내년 5월에 런던에서 개최되는 '첼시 플라워쇼'의 쇼가든 부문 12개 작품 명단을 발표했다.
출전 작가들은 우리나라 정원디자이너이자 환경예술가인 황지해 작가와 함께 이미 금메달을 14번 받은 크리스 비어드쇼,'첼시 쇼'의 왕으로 불리는 마크 그레고리, 런던올림픽 공원을 설계한 새러 프라이스 등이다.
황지해 작가는 이번 출품작 '치유의 땅:한국의 산'이 한국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의 인적 드문 원시림인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비탈 약초들이 자생하는 고요한 산자락과 이른 아침햇살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운봉에서 처음 발견된 모데미풀, 붉은 보랏빛이 강한 지리산의 희귀식물 지리터리풀, 사라졌다가 돌아온 남바람꽃 등 한국 자생종과 특산종으로 한국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약초꾼들이 약초를 건조하던 장소로 습도, 온도, 일조량, 통풍을 조절하는 과학적 기술이 함축된 건조장도 연출한다고 말했다.
왕립원예협회는 보도자료에서 황 작가의 작품이 1천종 이상의 토종 약초가 자라는 지리산 주변의 균형잡인 생태계를 소개하고, 한국의 생태복원 프로젝트가 토종 식물 멸종을 막는데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2011년 전통 화장실을 정원으로 승화한 '해우소'로 처음 출품해서 아티즈 가든 부문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DMZ:금지된 정원'으로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메달을 동시 수상한 이력이 있다.
황 작가 측 시공사 관계자는 "'첼시 플라워쇼' 기자회견에서 BBC가 황 작가의 정원에 관해 짧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며 "텔레그래프지와 정원 전문지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첼시 플라워쇼'는 한국에는 낯설지만 영국에서는 여왕 등 왕실 일가가 매년 방문해온 주요 행사다. 여왕은 지난해 걷는 것이 불편하여지자 카트를 타고 관람할 정도였고 찰스 3세 국왕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도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행사이다 보니 기업들도 관심이 크다. 올해는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후원한 '메타 가든'이 금메달을 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첼시 플라워쇼'는 최근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내년 출품작들은 일부라도 다른 곳에 재배치돼야 하고 플라스틱 사용은 절대 금지된다.
원예협회는 내년 첼시 플라워쇼에서는 정원이 우리 건강과 웰빙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해 작가 측은 "내년 첼시 플라워쇼는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메시지가 강조되면서 세계 기업들이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는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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