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성 총리…이번 주말 취임 선서·다음주 새 정부 출범
극우 총리 탄생에 국제사회 긴장…대러 제재 '균열' 우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올해 극우 총리가 탄생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고 그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했다고 로이터·AFP 통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멜로니는 이로써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무솔리니가 총리에 취임한 1922년으로부터 100년 만에 극우 집권이라는 기록을 썼다.
멜로니 총리 지명자는 조각을 완료한 뒤 내각 명단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총리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현지 언론에선 멜로니 총리 지명자가 이번 주말에 취임 선서를 하고 각료들의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끌 새 내각은 다음 주 상원과 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친 뒤 공식 출범한다.
멜로니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테오 살비니의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상원 200석 중 115석, 하원 400석 중 237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우파 연합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라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한 신임투표 통과가 유력하다.
새 내각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1946년 공화국 수립 이래 68번째 내각이 출범한다.
이탈리아는 내각제 국가지만 총리를 지명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틀간 상·하원 의장, 각 정파 지도자들과 차례로 면담한 끝에 멜로니를 총리로 지명했다.
중도 좌파 진영에선 극우 성향의 멜로니가 총리에 지명될 경우 낙태권이 축소되고, 성소수자의 인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 연합은 만장일치로 멜로니를 총리로 추대했고, 마타렐라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연합의 뜻에 따라 멜로니를 총리로 지명했다.
멜로니는 '강한 이탈리아'를 기치로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을 설파하며 입지를 다져온 극우 정치인이다.
그가 이끈 우파 연합은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저성장 등으로 야기된 불만과 불안 심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
멜로니가 2012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은 FdI는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이다.
멜로니가 '여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총리'로 불리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한 몸에 받는 이유다.
멜로니 본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듭해 밝혔지만 연정 파트너인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가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로 꼽히기에 유럽의 대러시아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에서 극우 총리가 탄생하면서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전 세계정세에 파란이 예상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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