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7엔↓…32년만의 엔저에 日정부 시장개입한 듯(종합2보)

입력 2022-10-22 10:18  

엔·달러 환율 7엔↓…32년만의 엔저에 日정부 시장개입한 듯(종합2보)
日정부, 취재진 질의에 "개입여부 언급 않겠다"
환율 151엔까지 치솟자 한달만에 재개입 관측
"미일 금리차 확대로 개입효과 단기적·제한적 전망"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150엔선을 넘어 급속히 엔 약세가 진행되자 21일 한 달 만에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개입 여부에 관해 확인을 거부했지만, 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수, 달러 매도의 외환 개입을 했다고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개입 직후 엔화 약세에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 확대 등 구조적인 요인은 변하지 않아 향후 엔저는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 엔·달러 환율 151엔대→144엔대 7엔 하락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21일(이하 일본시간) 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20일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150엔선을 넘은 이후 오름세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다 21일 오후 11시 반이 넘어 갑자기 엔화가 강세로 전환했으며, 약 두시간 정도 지나 22일 오전 1시께 환율은 144엔대 중반까지 7엔가량 떨어졌다.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던 엔화가 갑자기 급격히 강세로 전환한 것이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급격한 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부가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에도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용인할 수 없다"며 "외환시장의 동향을 긴장감을 느끼며 주시하는 동시에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필요하면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 한 달만의 재개입에도 미일 간 금리차로 효과 제한적 전망
일본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 개입을 했다면 이는 약 한 달만의 재개입이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꾸준히 떨어졌으며, 최근 들어 엔화 약세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90엔까지 오르자 약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을 했다.
개입 직후 140엔대까지 5엔가량 잠시 내렸던 환율은 꾸준히 상승해 한 달 만에 10엔 이상 다시 올랐다.
일본 정부가 추가 개입했더라고 환율에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 이날 오전 1시께 144엔대로 내려갔던 환율은 오전 9시 30분 현재 달러당 147엔대로 다시 올랐다.
엔화 약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클 뿐 아니라 일본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금리 상단을 3.25%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올라 시장 전망을 웃도는 등 물가가 잡히지 않자 다음 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다시 한번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양국 간 금리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 개입으로 일시적으로는 엔화 약세 현상이 해소되더라고 다시 엔저가 진행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는 예상했다.



◇ 엔저 가속으로 물가상승률 31년 만에 최고·무역적자 역대 최악
엔저가 가속하면서 소비자물가가 급속히 오르고 무역적자가 확대하는 등 일본 경제 전체에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전날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2014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물가지수에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에너지와 원자재의 국제 가격이 상승하고 엔저로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본 재무성이 20일 발표한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약 105조4천9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할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한 행사에 참석해 "현재의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며 "경제를 튼튼히 지지하고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형태로 물가 안정 목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금융 완화를 시행하겠다"며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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