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여파…성장 잠재력 떨어져
재정기조 바꿨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30년뒤 재정계획 만든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지난 5년간 한국의 정부 부채가 주요 선진국보다 2.5배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8년 뒤인 2060년에는 경제 규모 대비 부채 비율이 지금의 3배 안팎으로 불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고자 한 세대 앞 나라살림 계획인 '재정비전 2050' 작성을 조만간 공식화할 예정이다.
2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의 부채(D2) 비율이 올해 말 54.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2는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 중앙정부+지방·교육 지자체 부채)에 비영리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로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2017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40.1%에서 5년 만에 14%포인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IMF가 분류하는 선진국 35개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71.6%에서 77.1%로 5.5% 높아지는 데 그쳤다.
부채비율 자체로 보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경제 규모 대비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의 2.5배에 달할 만큼 빨랐다는 의미다.
이런 간극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재정 기조 전환 시점에 따라 벌어졌다.
35개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0년 82.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작년 81.1%, 올해 77.1%로 점차 정상화되는 반면 한국은 2020년 48.7%, 작년 51.3%, 올해 54.1%로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IMF는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2027년에 57.7%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 전환(확장→건전)으로 한국에 대한 IMF의 2027년 부채비율 전망치가 기존 59.8%에서 2.2%포인트 하향 조정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기울기를 둔화시킨 것이지 우상향 곡선을 바꾼 것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심화하면서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은 필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구조다.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세금을 쓰는 사람은 늘어나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2060년 정부 부채비율(D2)이 150.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KDI와 국회예산정책처는 2060년 국가채무 비율(D1)이 144.8%, 161.0%에 달할 것으로 각각 보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이 28년 뒤인 2060년에는 정부의 부채비율이 올해보다 3배 안팎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회보험 적자 역시 커진다.
건강보험은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 2028년에는 적립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국민연금은 2056년을 기해 소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정부 내부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정부는 재정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의무지출과 경직성 경비를 구조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재정 파국을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사회안전망 등 복지지출, 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이전 재원, 국고채 이자비용 등이 전체 비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무지출은 법령에 의한 것이므로 특단의 조처를 해야 개혁이 가능하다.
정부는 1990년대 초 위기 상황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위주의 경기 부양에 치중하고 연금 개혁을 등한시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선회한 스웨덴의 성공사례를 따르려는 것이다.
일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1991년에서 작년까지 62.2%에서 262.5%로 높아지는 동안 스웨덴은 65.7%에서 36.8%로 낮아졌다.
정부는 현 상황에서 앞으로 재정개혁의 방향성을 설정하고자 '재정비전 2050'을 수립하고 있다.
재정비전 2050은 재정 측면에서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비전과 전략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5년에 그쳤던 재정운용계획의 시계를 30년으로 확장해 경제·사회적 전환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착수를 공식화하고 내년 1월께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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