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 대통령 권한 축소…주요 공직 임명권 박탈

입력 2022-10-22 13:03  

'국가부도' 스리랑카, 대통령 권한 축소…주요 공직 임명권 박탈
'경제난 촉발' 원인 지적 수용…의회, 헌법 개정안 통과
야권 "더 축소해야" 불만…두 달 연속 물가 70% 상승 등 경제 아직 '바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가 부도가 발생한 스리랑카가 대통령 권한을 축소했다.
경제난 촉발의 주요 원인이 대통령의 비대한 권력과 실정이라는 민심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간) 뉴스퍼스트 등 스리랑카 매체에 따르면 스리랑카 의회는 전날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경찰 등 주요 공직, 법관, 중앙은행장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부분 박탈됐다.
개정안은 또 2년 전 폐지됐던 이중 국적자의 공직 취임 금지 조항도 복원시켰다.
스리랑카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경제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지목되던 바실 라자팍사 전 재무부 장관이 이중 국적자였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부 야권은 대통령 권한을 더 축소해야 한다며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야당 의원인 M.A. 수만티란은 이번 조치는 사람들에 대한 눈속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해왔다.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등 정부 요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등 파워가 더 강했다.
대통령 권한은 2015년 헌법 개정 때 상당히 축소됐으나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9년 다시 강화됐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졌다.
대외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마저 붕괴했지만, 정부가 엉뚱한 정책을 펼쳐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지나친 감세, 농약·비료 전면 금지 조치를 둘러싼 혼선, 뒤늦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요청 등이 대표적인 실책으로 거론된다.
결국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생필품 부족난이 심각해졌고 주유소에는 기름을 구하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물가는 폭등했고 발전소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곳곳에 정전도 계속됐다. 스리랑카는 지난 5월부터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민심이 폭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도피한 후 사임했다. 그는 지난달 3일 다시 귀국한 상태다.
대통령 권한 축소 작업은 지난 7월 출범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정부에 의해 진행됐다.
위크레메싱게는 총리로 재직하다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사임 후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위크레메싱게 정부는 지난달 IMF와 29억달러(약 4조1천7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 실무진급 합의를 이뤘고 이제 채권국과 채무 재조정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8월과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70.2%, 73.7%로 급등하는 등 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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