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규제논의 때보다 많아…"규제 압박에 투자심리 부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증시 개장 첫날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카카오가 공매도 폭탄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하루 카카오에 쏟아진 공매도 물량은 코스피200 종목 중 1위로 정치권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논의하던 작년 9월보다 많았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 공매도량은 141만6천977주로 공매도가 가능한 모든 코스피200 종목 중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도 673억8천563만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위를 차지했다.
단일 종목 기준 17일 하루 카카오에 쏟아진 공매도 물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지난해 5월 3일 이후 가장 많다. 이는 정치권이 촉발한 '규제 리스크'가 본격 수면 위로 떠오르던 1년여 전을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 9월 7일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지도부가 카카오를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8일 하루 동안 카카오 주가는 10.06% 폭락해 시가총액 6조8천930억원이 증발했다. 이날 공매도량은 124만4천735주로 이달 17일보다 17만여주 적었다.
이달 17일 공매도 물량이 두 번째로 많은 종목도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뱅크로 112만4천745주가 몰렸다. 하루 거래대금은 183억7천319만원으로 삼성전자[005930](374억5천106만원), SK하이닉스[000660](320억3천528만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238억6천29만원)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일주일(17∼21일) 동안 공매도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카카오뱅크[323410](354만7천627주)와 카카오(343만1천658주)가 각각 1위, 3위였다.
두 번째로 공매도량이 많은 삼성전자(347만7천923주)는 수량에서는 카카오뱅크·카카오와 비슷했으나,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4.99%로 카카오뱅크(19.02%)·카카오(12.20%)와 뚜렷한 차이가 났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고평가된 종목이 주로 타깃이 되며 악재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증권가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가 카카오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에 미칠 영향이 이용자 이탈보다는 정부의 규제 논의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일 플랫폼 사업자가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어 피해 영역이 상당히 넓었다는 점에서 집중화 리스크가 부각됐다"며 "플랫폼 산업 전반의 독과점 폐해가 거론되며 전방위 규제 압박이 커져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카카오가 주력 메신저의 자리를 놓치지는 않겠지만 플랫폼사업자의 독과점에서 나올 수 있는 리스크가 부각된 점은 부담"이라며 "플랫폼 규제가 강화된다면 이는 투자심리에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플랫폼 시장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 중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가 카카오 사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독점화를 철저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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