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파고 높아지는 미중경쟁…한중관계에 복합 도전

입력 2022-10-23 14:17   수정 2022-10-23 18:09

[시진핑 3기] 파고 높아지는 미중경쟁…한중관계에 복합 도전
미중, 국제질서 주도권 싸움 가속…대만·공급망 등 한중간 구조적 도전요인 증가
전문가 "선별적 접근필요…어떤 문제서 움직일 수 있는지 없는지 기준점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시진핑 집권 3기' 시대는 미중 패권경쟁의 파고가 더욱 높아지며 한중관계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핵심이익' 관철은 물론 국제질서의 향배를 둘러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저지하고 자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우방국들과 연대를 통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국과도 다방면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은 이런 흐름 속에서 여러 가지 외교적 난제에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23일 "현재 중국의 기본 대외정책 방향성이나 미중관계에서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는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며 "한국은 구조적으로 도전요인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며 지역 현안에 더욱 명확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한중관계에서 리스크가 늘어날 수 있다.
시진핑 집권 3기에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자 동북아 지역 안보에 가장 핵심적 변수가 될 사안은 역시 대만 문제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 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지만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라고 말해 '대만 통일 전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심화하는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에 맞서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역내 동맹국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이 한미 또는 한미일 고위급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꾸준히 주요 의제로 부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로 해석된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26일 개최될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 등을 위해 방일할 때도 대만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전 세계가 중국 20차 당대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만일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주한미군 투입 등으로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미중 경쟁이 '가치와 체제'를 둘러싼 경쟁의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도 한중관계에는 부담이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식 모델과는 다른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발전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의 부상을 중요한 전략적 도전으로 여기는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자유 진영'의 결집을 더욱 강하게 추진해나갈 전망이다.
가치외교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는 이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표결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토론 관련 결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양안 문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한국의 향후 행보에 대해 중국은 우려 섞인 메시지를 주면서 저지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고 이것이 강압적 모양새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급망과 첨단기술 협력도 앞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와 바이오,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 등 각종 첨단기술 분야에서 수출통제를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과학기술 자립을 추진하는 데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지속적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집권 3기 미중 경쟁 심화가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나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등이 북핵·미사일 대응을 넘어 결국 자신들을 겨냥하는 성격이 있다고 보고 견제해 왔다.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도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며 '적절히 처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결국 한반도 문제도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란 틀 속에서 인식하기 때문이다.
북중 간의 전략적 공조는 더욱 긴밀해지는 모습이다. 중국 당대회를 앞두고 북중 간에는 세 차례 축전이 오가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금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는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중조(북중) 쌍방 사이에 전략적 의사 소통을 증진시키고 단결과 협조를 강화해야 할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권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 하에서 북한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한 것"이라며 "북중이 서로를 대미 관계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도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만큼, 북중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지는 지점을 면밀히 관찰하고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북한이 연내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7차 핵실험이 될 전망이다.
한중관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도전 요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안별로 우리 입장을 중국에 설득할 논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준영 교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어떤 문제에서는 움직일 수 없고 어떤 문제에서는 움직일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기준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것들을 이번 기회에 잘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이나 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정상회의에 한중 정상이 나란히 참석해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된다면 앞으로의 한중관계 밑돌을 놓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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