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5년 주기 최대 정치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22일 폐막한 가운데 리커창 총리의 퇴임이 확실시되면서 후임에 관심이 쏠린다.
관례로 볼 때 차기 총리는 23일 열리는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 회의(1중전회) 직후의 기자회견 때 최고지도자 그룹인 상무위원 7인이 서열순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이 유력하다.
그러나 공식적인 총리 지명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이뤄지며, 그때까지는 리커창 총리가 임기를 수행한다.
우선 20기 중앙위원회 205명의 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 정협) 주석은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리 총리와 왕 전국정협 주석, 한정 부총리 등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중심의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세력이 퇴진하는 가운데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이 총리 자리도 꿰찰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리 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총리로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리 창 당서기가 부총리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상무위원 겸 부총리로 임명한 뒤 내년 3월 전인대에서 총리로 승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세력 균형을 고려해 후춘화 부총리의 상무위원 겸 총리 임명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런 가운데 23일 블룸버그통신은 누가 차기 총리에 오르더라도 실권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덩샤오핑 주도로 중국 공산당에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됐으며, 장쩌민·후진타오 주석 시절에는 총리의 권한도 막강했다.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이자 군 통수권을 가진 당·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임하는 최고 지도자이기는 하지만, 총리는 국무원을 이끌면서 모든 정부 부처를 관할했기 때문이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 시절 원자바오 총리는 명실상부한 2인자였다.
그러나 이 같은 총리 위상은 시 주석이 집권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리커창이 2007년 제17차 당 대회 때 부총리로 권력 서열 6위의 상무위원에 진입했을 당시 5위의 시진핑 국가부주석과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18차 당 대회에서 최고 권력을 쥔 시 주석은 총리 영역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자신의 핵심 경제 참모인 류허 부총리를 활용해 리 총리를 철저하게 견제했다. 상무위원도 아닌 류허 부총리가 리커창 총리를 제치고 '중국 경제의 황제'로 불린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천 강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리커창 총리는 최근 중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없는 총리 중 한 명으로 기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 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총리가 된다면, 시 주석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 주석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로 발탁된다고 하더라도 독립성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리커창 총리를 류허 부총리가 견제한 것처럼, 국무원 내에 대항마를 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0기 중앙위원 선출을 통해 시 주석의 입지가 더 강화됨에 따라 총리 역할은 더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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