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정책 변경, 시 주석에 달려…상부지시에 지나친 집중 우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경제 사령탑의 대거 교체를 예고했다.
22일 폐막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결과, 205명의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명단에 리커창 총리 이외에 류허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 인민은행 부총재 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쿤 재정부장의 이름이 빠졌다.
중앙위원 명단 누락이 공직에서의 완전 퇴진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관례로 볼 때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 정식으로 퇴진한다.
통상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경우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룰이, 장관급 이상의 경우 65세가 퇴진 연령으로 적용돼 왔다.
물론 올해로 67세인 리커창 총리의 퇴임은 별도의 정치적 이유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장관급인 이강 총재와 궈수칭 주석은 올해로 각각 64세와 66세로, 이들에 대한 인사가 이뤄질 내년 3월 전인대 기준으로 하면 퇴진 연령에 해당한다.
물론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 당서기 겸 총재가 2012년 18차 당 대회 결과,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졌음에도 그 이듬해인 2013년 3월 전인대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 정협) 부주석으로 선출됐던 관례가 있지만, 리커창·류허·이강·궈수칭·류쿤의 경제 라인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앱솔루트 스트래터지 리서치의 애덤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 리더십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개편은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에 따른 도시 봉쇄와 사상 최악의 주택 시장 침체로 인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애초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공식 발표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3.2%로 내렸을 정도로, 중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중국 경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미중 긴장 고조를 이유로 경제와 국가안보의 균형 유지, 기술 자립을 강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절친으로 알려진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이번 20기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려, 그가 류허 부총리의 후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샤먼대 박사 출신으로 시 주석과 40년 이상 친분을 쌓아온 허리펑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깊숙이 연관돼 있으며, 부동산 시장 과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허리펑은 23일 발표된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24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는 이후이만(易會滿)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과 인융(殷勇) 베이징시 부시장이 인민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통신은 중국 최대 증권사인 씨틱(中信)증권의 주허신(朱鶴新) 회장과 류구이핑(劉桂平) 톈진시 부시장도 신규 중국 경제사령탑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 ANZ 은행의 싱자오펑 중화권 수석 전략가는 중국의 차후 경제정책과 관련, 당 중앙위원회에 진입한 (경제 분야의) 신규 중앙위원 면면을 보면 전문 기술보다 포괄적인 능력을 높이 산 것 같다면서 중국 정부가 직면한 재정적 위험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투자은행인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의 브루스 팡 중화권 연구 책임자는 신규 중앙위원들을 보면 중국 당국이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짚었다.
컨설팅업체인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던컨 뤼글리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경제정책 방향의 변경 여부는 시 주석에게 달려 있다"면서 "권력이 집중될수록 상부 지시에 지나치게 집중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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