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심 불매 목소리 커져…'자국·중국 품종' 구별 방법 공유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망자의 날'(죽은 자의 날)을 앞둔 멕시코에서 이 명절의 상징과도 같은 주황색 국화, '셈파수칠'(마리골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원조가 아닌 중국 개량 품종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 국민은 매년 11월 1∼2일(현지시간)에 죽은 친지나 친구 등을 기억하며 명복을 비는 망자의 날 명절을 성대하게 치른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 사는 멕시코계 주민도 대부분 비슷하게 이날을 지킨다.
일반적으로 제단을 마련하거나 묘지를 방문하고, 주변 가족·이웃과 음식을 나눈다.
알록달록한 해골 문양과 화려한 거리 행진으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곤 하는데, 특히 '망자의 앞길을 안내한다'는 주황색 국화 셈파수칠로 곳곳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런데 올해 '셈파수칠 치노'(중국 셈파수칠이라는 뜻의 스페인어)가 멕시코 꽃집 판매대와 공공장소 등지에 대거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오랫동안 가족·친지를 위해 마련한 제단에 동행해 온 멕시코 전통 품종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셈파수칠 치노는 사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향기가 거의 나지 않고 노란빛을 띠며 다발이 아닌 화분에 심어 파는 게 셈파수칠 치노'라며 자생종과 구분하는 요령도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품종 역시 멕시코 농가에서 키워 파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멕시코 셈파수칠 농가의 다니엘 구스만 크루즈 씨는 현지 일간 밀레니오에 "중국 품종 또한 멕시코 내 많은 생산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 꽃의 원산지 역시 멕시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품종은 멕시코 셈파수칠을 바탕으로 관상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유전적으로 오래 살지 못하게 '설계'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아하지 못해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것은 망자의 날 이후로는 대부분 시들어 버린다고 셈파수칠 농가는 전했다.
다만, 전통을 중시하는 멕시코 국민 성향상 '소치밀코와 틀라우악 등 셈파수칠 농가에서 키운 멕시코 셈파수칠' 선호 심리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전망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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