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에너지 위기를 맞은 유럽에서 한때 최대 전력 수출국이던 프랑스가 올겨울 원자력 발전을 전면 재가동한다는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올겨울 중 모든 원자로를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현재 56기의 원자로 중 절반에 가까운 26기가 유지 보수나 부식 문제 때문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파이프 등 설비 부식 문제로 가동이 중단된 몇몇 원자로는 수리 지연으로 재가동이 최대 6주 이상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노동계 파업도 원자력 발전의 재가동 계획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목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소유한 원자로 18기에서 발생한 파업으로 이들 원자로의 재가동이 수주일간 지연됐다는 것이다.
다만 EDF와 노조 지도자들은 지난 21일 임금 인상에 합의해 파업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노조측은 부식 문제 때문에 가동이 중단된 12기 이상의 원자로 수리 작업을 늦추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EDF는 세계 최대의 원자력 발전 기업으로, 평소에는 유럽 인접국에 저가의 전력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원자로 가동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거 중단되면서 올해 프랑스는 전력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특히 올해 가장 큰 문제는 원자로 노심 부근 고압 파이프의 부식 문제다.
이 문제는 지난해 프랑스 중부 시보에 있는 발전소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 발전소는 프랑스 원자로 중에서 가장 최신 기종으로 알려졌다.
외부 압력에 대응해 생기는 저항력으로 발생하는 부식을 뜻하는 '응력 부식'(Stress corrosion)으로도 알려진 이 현상이 시보의 원자로에서 확인된 뒤 프랑스 당국이 다른 원자로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유사한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EDF는 원자로의 유지보수 등 작업을 재촉해왔으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올겨울 전면 재가동을 내세운 계획은 너무 야심 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부식 파이프 수리 작업이 방사성 격리 공간에서 이뤄져야 하는 데다 작업자들의 방사성 물질 노출 시간도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식 문제는 애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설계에 일부 변화를 가한 결과인 것으로 관리들은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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