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큰 규모 자금 투입에 불안 심리 누그러져"
당분간 눈치보기…"악성매물 소화·투자주체 나올 때까지 시간걸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배영경 채새롬 기자 = 요동치던 채권시장이 정부 대책 발표 직후인 24일 다소 진정국면을 보이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피는 등 눈치 보기를 하면서도 일부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펀드매니저)은 "지난주 패닉상태에서 당국 정책 발표 후 시장이 안정되는 양상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직접 관련이 있는 부동산, 건설, 카드, 캐피털 등의 회사채 거래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지만 다른 매물은 조심스럽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은 일단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대책 발표로 심리적으로는 일부 개선된 것 같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주만 해도 채권시장은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투자 주체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 대다수가 원하는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1일 채권시장에서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연 5.736%까지 올랐다. 이는 1년 전 연 2.310%와 비교해 1년 새 3.42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AA-' 등급 3년물 회사채와 3년물 국고채(연 4.638%) 간 금리 차이는 1.0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도 지난 21일 연 4.250%로 높아졌다.
정부는 전날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매입 한도는 16조원으로 올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는 3조원 규모 지원을 단행한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지원 규모가 늘어나 상당히 큰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유동성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보증지원까지 기대하지 않았으나 당국이 진원지부터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당국과 경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방향을 탐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월말로 접어든 이번 주에는 회사채나 차환 등의 발행을 위해 예정된 수요예측 사례는 오는 27일 통영에코파워 1건밖에 없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은 레고 사태 이전부터 거래가 부진했다"며 "레고 사태 이후 시장이 더 경색된 부분이 있어 회사채 시장 분위기 전환은 조금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PF 등 물건의 금리가 내려가고 악성 매물이 소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고 바로 시장 분위기가 곧바로 활발하게 돌아가는 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의 눈치보기 속에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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